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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포장마차 아줌마의 일기 ♣♡*

털보아찌 2008. 9. 17. 22:25

    *♡♣ 어느 포장마차 아줌마의 일기 ♣♡* 바람이 자꾸만 포장마차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날. 바람과 함께 허리 구부정하고 허름하게 옷을 차려입은 할머니 한 분이 포장마차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어서 오세요! 할머니, 추우시죠?"하며 어묵 국물 한 컵을 종이컵에 따라드리니 주름진 손으로 국물을 드시던 할머니는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이시며 "뭔 놈의 날이 갑자기 이렇게 추워진다요."하신다. "그러게요 할머니, 갑자기 추워져 더 추운 느낌이네요." 할머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시더니 "순대가 얼마씩하요?"라고 물으시며 쳐진 눈을 고개를 젖히고 힘껏 뜨시며 물으신다. "할머니, 순대가 일인 분에 2,000원 이예요." 할머니께선 고무줄 바지 허리춤을 만지시더니 작은 동전지갑하나를 꺼내시며 혼잣말을 하신다. "6,000원아치를 사도 너무 적겄네...."하시더니 "순대 6,000원아치 싸주쇼."라며 돈을 내게 건네신다. "할머니, 어딜 가시는데 이렇게 많이 싸가세요?"라고 물으니 장애인이나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동네에 있는 ㅇㅇ 시설이 있는데 그곳엘 가신단다, 그곳을 난 몇 번 다녀왔던 터라 "할머니, 그곳은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이만큼 사서는 되지도 않아요.제가 떡볶이랑 튀김 좀 싸드릴 테니 같이 가져가세요."하자 "아이고, 고맙소. 젊은 양반."하시며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신다. 할머니는 혼잣말인 듯 내게 하는 말인 듯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우리 아들이 거기 있소. 다 큰 우리 아들이 거기 있소. 부모가 돼 갖고 아들을 그런데 보내 놓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목구녕으로 넘어가지 않소. 내가 그놈 때문에 죽고 싶어도 빨리 죽지도 못하요. 언젠가 한 번 아들 맡기고 거기를 찾았더니 말도 못하는 아들이 나만 쳐다보고 우는데 가심이 미어집디다. 잠시 가슴을 치시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같이 살자니 이웃들이 싫어하고 나도 힘들고...... 어디 아무도 모르는 시골에 가서 집을 하나 얻어서 살까 생각도 해보고 별 생각을 다 해보요. 저하고 나하고 둘이 살면 그까짓 것 못 살겄소? 그것도 맘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 그렇게 살다가 내가 죽으면 어쩔 것이요.지랑 나랑 달랑 둘인디...... 또 지금처럼 그런디를 가야하는데 미리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보내 놓고 내가 이렇게 내 명에 못 살고 죽게 생겼소. 내가 일부러 자주 안 찾아가요. 내 중엔 어차피 나 죽으면 보지 못할 것인디 지금부터 안 보고 살아야 내중에까정 어메 안 찾고 살지 않겄소. 할머니도 울고 나도 울고 간간히 흩날리는 진눈깨비도 함께 울었다. 할머니께선 아들이 왜 그런 곳에 갔는지 말씀은 안 하셨지만 온전치 못한 아들을 미리 홀로 서기 아닌 홀로 서기 연습을 시키는 중이었다. 할머니의 눈물이 그치질 않을 것 같아 "할머니, 순대랑 떡볶이 다 식겠어요."했더니 "젊은 양반 고맙소 이렇게 많이 싸주고......" "할머니, 다음에 또 가실 때 들르세요. 그럼 더 많이 싸드릴게요."했더니 "고맙소, 그란디 쵸코파이 한 상자 사서는 안되겄지라? 전에 가보니 사람들이 많습디다."하신다. "할머니, 다른 사람들도 많이 사가니까 조금만 사 가셔도 돼요."했더니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순간 밝아지며 "순대 식겄소. 얼른 갈라요."하시며 포장마차를 나선다. 하필 오늘 같은 날, 무심한 햇살은 어디에 숨고 찬바람만 불어대어 할머니의 굽은 등을 더욱 움추리게 만드는지 가슴이 아려왔다. 나도 포장마차 바깥으로 나와 할머니의 짐을 들어 조금 모셔다 드리고 할머니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며 괜시리 눈시울을 적셨다. - 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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