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만에 남편 뺑소니 교통사고로 병원신세…뱃속 아기 포기하고 남편 곁 지켜
"남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혀를 차지만 나는 지금도 '여보∼'하고 부를 것만 같아요. 자고 나면 내일은 좀 나을라나...모레는 좀 나을라나...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거에요."
지난 1967년 지금은 아득하게만 먼 그 옛날, 결혼 3년차에 접어든 부부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뺑소니 차에 사고를 당한 남편. 더이상 걸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게 된 남편의 팔과 다리가 되기 위해 아내는 뱃속 아이까지 포기하며 남편 곁을 지키기로 한다.그렇게 희망을 놓지 않은 세월이 40년. 꽃 같던 아내는 백발의 주름 가득한 칠순 할머니가 됐고 야속한 남편은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다. 자녀도 없이 서로를 통해 존재를 확인해온 이옥금 할머니(73)와 이문영 할아버지(73) 부부. 부부의 날을 맞아 지역 방송을 통해 소개된 할머니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할머니의 바람은 단 한번의 따뜻한 눈길과 다정한 말 한 마디가 전부. 평생 수고로운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살아왔건만 마음도 몰라주고 자꾸만 굳어가는 남편의 손과 발을 대할때면 먹먹해지는 가슴을 어찌할 수가 없다. 자손을 보지 못했으니 병상의 남편과 수발하는 아내는 세상의 오롯한 일심동체다.
특별한 수입이 없는 할머니 부부를 위해 하나병원은 8년 전부터 병실을 내어주고 있다. 할머니 부부의 주소가 병원인 이유도 이 때문.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할머니는 기적을 믿는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할아버지가 깨어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맑은 얼굴의 새색시는 세월이 안겨준 골 깊은 주름에 할머니가 됐지만 마음 만큼은 새색시 순정을 잃지 않고 있다.
세월은 신혼생활의 단꿈도 앗아가 버렸다고 했다. 너무 오래돼 기억도 나지 않은 시절. 링거액 방울 방울 떨어지는 그 아래, 긴 잠에 빠져있는 남편과 지금처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는 행복을 발견한다.
"저렇게 한 번 걸어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 말이라도 했으면 싶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 그런 마음 없으면 사람이 아니게"
오랜 병원 생활에 가족 친지들과도 소식이 끊긴지 오래지만 병원은 이웃한 새로운 가족을 알게 해줬다. 늘 혼자만 힘든 짐을 지고 사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별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감사하게 된다고.
짧은 외출에도 온 몸이 땀에 젖고 숨이 턱에 차오르는 할아버지이지만 할머니는 이별을 준비했던 고비고비를 잘 넘겨준 할아버지가 그저 고맙기만하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 할머니는 언젠가 깨어나 맘 놓고 부부싸움을 해보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