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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쓰지 못한 만원

털보아찌 2008. 11. 11. 15:18


☆ 차마쓰지 못한 만원 ☆
철수씨는 속 주머니에서 발견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몇 달 전의 바로
그 돈 이었슴을 알았습니다. 
친구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었던
그 만원짜리 말입니다.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 
아내 민지씨 앞에 내밀었습니다. 
어젯밤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던
아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슨 돈이에요?”
“당신 요즘 너무 핼쑥해진 것 같아서. 
내일 혼자 고기 뷔페에 가서 쇠고기나 실컷 먹고 와요.”
철수씨는 아내의 손에 만원을 쥐어 주었습니다. 
아내는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눈시울만 붉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민지씨의 시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노인정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시아버지를 배웅하던 며느리는, 
그날 따라 시아버지의
어깨가 축 늘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버님, 제대로 용돈도 못 드리고 정말 죄송해요. 
저··· 적지만 이 돈으로 친구 분들과 
약주나 한 잔씩 드세요.”
민지씨는 앞치마에서 만원을 꺼내어 
시아버지한테 드렸습니다. 
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을 힘겹게 이끌어 나가는
며느리가 안쓰러웠습니다.
시아버지는 그 만원을 쓰지 못하고, 
노인정에 가서 실컷 자랑만 했습니다. 
그리고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습니다.
몇달 뒤에 설날이 찾아왔습니다.
“지연아, 할아버지한테 세배해야지.”
할아버지는 손녀딸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습니다. 
조그만 하던 녀석이 어느새 자라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한 모양입니다.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놓은 만원을 
손녀딸에게 세뱃돈으로 주었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세뱃돈을 받은 손녀딸은 부엌에서 
손님상을 차리는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엄마, 책가방 얼마야?”
민지씨는 딸의 마음을 알고는 빙긋 웃었습니다. 
지연이는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만원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엄마가 가지고 있다가 나 예쁜 책가방 사줘"
그날 밤, 민지씨는 또 남편의 잠꼬대를 들었습니다. 
안하던 잠꼬대를 요즘 들어 매일 하는 것이,
아마도 많이 힘든가 봅니다. 
그런데도 남편의 도시락에 신김치 밖에 
싸줄 수가 없는 것이 무척 속상했습니다. 
민지씨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의 속주머니에 딸 지연이가
맡긴 만원을 넣어 두었습니다.
‘여보, 오늘은 맛있는 것 사서 드세요.’ 
라는 쪽지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