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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애인

털보아찌 2009. 2. 3. 07:32
    아버지의 애인 남을 웃기는 재주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아버지에겐 친구가 많습니다. 우리집은 늘 연령도 다양한 아버지 친구들로 북적이지요. 그런데 지난해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의 손을 빌어 대소변을 받아내는 게 미안하셨던지 물도 밥도 드시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며칠 사이 많은 분들이 문병을 왔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한 아저씨만 빼고요. 한 고향에서 나고 자랐으며 성도 같아 제가 작은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분이었습니다. 거의 날마다 우리집에 오시던 분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도 내심 서운한 눈치셨고요. 며칠 뒤 드디어 그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함께 찾아오셨습니다. 커다란 찬합에 도시락을 싸 오신 아저씨는 아버지에게 젓가락으로 찰밥을 떠 먹이며 말없이 우셨습니다. 아버지의 입이 돌아가 밥알이 자꾸만 떨어지는데도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밥을 먹이시려 했습니다. 전 그 눈물겨운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병실 밖에서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네 아버지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듣자마자 저 양반 몸져누우셨단다. 지금껏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끙끙 앓았단다." 아마도 아저씨는 함께 늙어 가는 친구가 쓰러진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병이 나셨나 봅니다. 퇴원한 뒤 아저씨는 날마다 우리집에 출근 도장을 찍는것도 모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십니다. 아버지와 목욕도 다니고 함께 산책도 하시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많이 건강해지셨습니다. 저희는 가끔 아저씨를 아버지의 "애인"이라고 놀리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