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공간 ★/감동의글 이야기

♡ 더 소중한 사람에게... ♡

털보아찌 2009. 3. 23. 22:17
    ♡ 더 소중한 사람에게... ♡




 


 


    "여보,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 둔게 있는데
    너무 맘에 드는 거 있지…."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는 아내는
    느닷없이 옷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괜찮더라. 세일이 내일까진데…."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었다.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까지 해가며
    애를 쓰는 내 생각을 한다면
    철없이 백화점 옷 얘기를 저렇게 해도 되는건지
    점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도,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 되겠지?"

    '이 여자가 정말….'
    "지금 우리가 백화점 옷 사입을 때야?"
    계속되는 옷타령에
    나는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흠짓 놀란 아내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나는
    더 이상 TV앞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
    남편이 되어가지고
    겨우 옷 한 벌 때문에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는 게 창피스러워졌다.

    그러고보니
    몇 년째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 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이랑
    붓고 있는 아내가 아니던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자났는데도
    꼼짝을 않는
    아내가 걱정이 돼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울다가 잤는지 눈이 부어있었다.

    다음날, 아내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 상을 차리고 있었다.
    자분자분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툭 던질 뿐.

    "그 옷 그렇게 맘에 들면 사…."
    그러면서 속으로는 '며칠 더 야근하지 뭐.'

    그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엘 들어서는데,

    아내가
    현관 앞까지 뛰어와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 빨리 들어와봐요."

    "왜, 왜 이래?"

    아내는
    나의 팔을 잡아 끌고 방으로 데려가더니,
    부랴부랴 외투를 벗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쇼핑 백에서 옷을 꺼내
    내 뒤로 가 팔을 끼우는 게 아닌가.

    "어머, 딱 맞네! 색깔도 딱 맞고…."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 하나는 죽인다."
    "당신, 정말…."
    "당신 봄자켓 벌써 몇 년째잖아."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더니
    두루룩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언제나 나는 철이 들까!'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는 천사같은 내 아내.

    어느새 내눈도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