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적으로 금정산의 북쪽 산줄기가 온화한 어머니처럼 포근한 인상이라면 남쪽은 곳곳이 기암괴석의 천지라 할 만큼 남성적인 분위기가 넘친다고 말한다.
그 남쪽의 대표적인 봉우리가 상계봉과 파류봉이다. 이 두 봉우리는 금정산 제2의 얼굴로 불러도 좋을 만큼 기기묘묘한 거대한 암봉의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두 봉우리는 금정산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다. 주봉인 고당봉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주능선은 금정산성 제2망루에서 가지를 벌려 남문을 거쳐 서쪽으로 치고 오르면 만나는 제1망루의 남쪽과 북쪽에 터를 잡고 있다. 남쪽에는 상계봉, 북쪽에는 파류봉. 상계봉과 파류봉은 모두 깎아지른 듯한 수십m의 직벽과 기암괴석의 거대한 암봉들로 이뤄진 바위산이다.
주능선에서 서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상계봉과 파류봉은 동래구나 금정구 쪽보다는 그 반대편인 북구 화명동이나 금곡동 쪽 시민들에게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산행은 화명그린힐 아파트~갈림길~와석골(계곡)~기도처(작은 암자)~간이 막사~베틀굴~상계봉 정상~제1망루~파류봉 정상~잇단 전망대~잇단 체육시설~간이 화장실~등산로 입간판~지하철 2호선 화명역.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지하철 2호선 화명역 2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백양주유소. 여기서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 아파트 단지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 102동이 정면에 보이면 우측으로 간다. 코너에 곱돌 솥단지집이 있다. 와석초등 담벼락에 붙은 화명그린힐 아파트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올라 101동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여기서 10m쯤 가다 우측 돌축대쪽으로 올라선다. 계단처럼 조성돼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 화명역에서 이곳까지 15분 정도.
30m 정도의 옥수수밭을 지나면 바로 산길로 이어진다. 곧 갈림길. 왼쪽길은 밭으로 가는 길이므로 우측 돌계단으로 오른다. 오르막 길이지만 그리 급하지 않아 산행하기에 제격이다.
넝쿨잎이 온통 나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길 정면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보일 무렵 땀을 한번 훔치고 뒤를 돌아보면 화명동 아파트단지 뒤로 낙동강이 '한 일'자로 펼쳐져 있다.
20분쯤 뒤 갈림길. 양쪽 모두 상계봉으로 향한다. 산행팀은 시원한 계곡길이 열려 있는 왼쪽길을 택한다. 한적한 오솔길이다. 철탑을 지나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내 계곡으로 열린 오른쪽 길을 만난다. 길 옆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조금 더 오르니 '와석마을 주민들의 식수'라고 적힌 납득할 만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하지만 아쉬워하지 말자. 10여분 뒤 철조망이 끝 나면 곧 계곡과 함께 하는 계곡산행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수, 금정산의 진면모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낮은 낙차에도 흰 포말을 내며 흐르는 계곡수는 매미소리와 함께 조화를 이뤄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길 오른쪽 너덜 구간이 보일 무렵 왼쪽의 폭포는 그 중 볼 만하며, 그 옆 누군가가 돌로 만들어 놓은 식탁과 돌의자는 웃음을 머금게 한다.
집채만한 바위가 길을 막고 있으면 에돌아 다시 계곡을 만난다. 이후 수정같이 맑은 계류를 두 번 건너면 사실상 계곡산행은 끝.
다시 산길. 물소리가 또 다시 들릴 즈음 갈림길. 좌로 가면 제1망루 가는 길, 상계봉으로 가는 오른쪽 길을 택한다. 주변엔 파란 닭의 장풀과 하얀 까치수염, 주황색의 하늘나리꽃 등 야생화가 눈에 띈다.
길 주변에 걸린 연등을 따라 조금 오르면 기도처인 작은 암자와 돌탑이 보인다. 이제부턴 집채만한 기암괴석의 전시장. 상계봉의 진가가 확연히 드러난다.
기암괴석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계속 따라 가면 이번엔 간이막사. 여기서 20m쯤 우측엔 베틀굴. 20여m는 족히 돼 보이는 상계봉 직벽 아래에 있는 암굴이다. 바깥에서 얼핏 들여다보니 불상이 보이고 기도객 2명이 치성을 드리고 있다. 사뿐사뿐 산행은 베틀굴 옆 왼쪽길로 이어진다. 잇단 전망대를 지나 8분 뒤면 마침내 상봉. '상학산 상계봉 640.2m'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있다.
산행 중 만나게 되는 와석골 계류. | |
하산은 정상석 뒤로 이어진다. 곧 태양열 축전판이 서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낙동강과 김해쪽 백두산 동신어산 신어산 오봉산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 고당봉과 곧 닿게 될 제1망루도 시야에 들어온다. 발밑에는 산행팀이 방금 올라온 화명동 마을도 보인다.
5분쯤 뒤 갈림길. 제1망루 가는 왼쪽 길로 간다. 오른쪽은 남문 가는 길. 생기봉 정상인 제1망루는 2년 전 태풍 루사때 붕괴된 후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제1망루를 뒤로한 채 20m쯤 가면 다시 갈림길. 왼쪽 파류봉 방향으로 간다. 금정산성이 등로 왼쪽으로 함께 간다. 20분 뒤 갑자기 험준한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암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파류봉이다.
상봉에 오르면 산성마을이 발아래 보이는 가운데 주변 기암괴석 천지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른다. 등로가 없는 건너편 암봉에는 누군가가 밧줄을 매달아 오른 흔적도 보인다.
하산은 왔던 길로 다시 내려와 우측으로 열린 길을 택한다. 워낙 급경사라 밧줄이 매어져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길을 택하면 그때부터 산허리를 돌아 내려온다. 10분 뒤엔 지능선상에 올라선다.
잇단 전망대를 지나 큰 무덤과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경사진 반석을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 길로 간다. 왼쪽으로 가면 도 다른 지류의 계곡길. 올라온 계곡길이 인상적이었다면 왼쪽으로 가도 무방하다.
7분 뒤 사거리. 오른쪽 어름골 가는 길, 정면 체육시설. 왼쪽으로 간다. 시원한 계류를 건너면 사실상 산행은 끝. 잇단 체육시설과 간이 화장실, 등산로 입간판을 지나 지하철 2호선 화명역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계곡 전체가 식수, 산행때 주의 요망
상계봉 정상석 | |
부산의 산꾼들은 금정산을 진산으로 여긴다. 그만큼 많은 인파가 금정산을 찾는다. 호사다마라 할까. 조용해야 할 산길이 장터처럼 떠들썩하니 한적한 걸 좋아하는 또다른 산꾼들은 금정산이 아닌 외지를 찾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상계봉~파류봉은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코스로 산꾼들에게 금정산의 새로운 맛을 느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원한 계곡과 하늘을 가리는 숲, 능선상의 전망대, 어느 곳 하나 손색 없는 산길이다. 남성적인 암봉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계곡 전체가 와석마을의 식수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계곡을 지날 때는 각별히 주의하길.
#교통편
부산시민들은 금정산 하면 보통 범어사나 금정구 남산동 구서동 장전동 금강공원 식물원 등 지하철 1호선 역에서 가까
지붕이 날아간 채 방치된 금정산 제1망루. | |
▲화명동~양산 제2금샘길=화명동에서 금정산 남서능을 따라 주봉인 고당봉에 올라 양산으로 하산하는 코스. 지하철 2호선 화명역 4번 출구로 나와 화명초등 화신중 북구보건소를 지나 도시화명그린아파트에서 산행을 시작, 석문~남근석~제2금샘~미륵사~금정산 고당봉~금샘~철탑~미륵불~장군평원~계명봉~양산시 녹동 순. 산행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리지만 개인 체력에 맞게 금샘이나 계명봉에서 하산해도 상관없다. 범어사의 지명이 유래됐다는 오리지널 금샘과 이보다 더 큰 제2금샘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또 양산 지방유형문화재 제49호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과 남근석 미륵사 등 볼거리가 많으며 조망 또한 빼어나다.
▲상계봉 코스=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 못지 않게 산꾼들의 사랑을 뜸뿍 받고 있다. 화명역에서 내려 화명그린힐 아파트 쪽에서 올라가도 되고, 덕천역 6번 출구로 나와 낙동고 앞 불법주차 견인차량보관소~체육공원~산불감시초소~상계봉~남문~휴정암~케이블카 탑승장~금정공원 순으로 내려와도 된다.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낙동강과 김해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를 타면 30분 이상 절약된다.
만덕초등학교 쪽에서 출발하면 1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코스도 있다. 단 이 길은 굴곡이 심해 험난하다.
▲호포회귀 코스=지하철 2호선 호포역~샘터~고당봉~호포농원~호포역으로 돌아오는 3시간30분 정도의 산행로. 고당봉에서 호포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오르내리는 코스로 금정산 산행로 중 때묻지 않은 코스로 손꼽힌다. 이 길은 금정산에서 드물게 산죽군락과 토굴 마애여래입상 등 볼거리도 많아 산행중 무료함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