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피로가 쌓인 주말엔 꼼짝 않고 드러누워 하루종일 잠만 자도 시원찮을 것 같다.
그러나 어쩐지 찜찜하다. 누워 있어 봐야 피곤만 더할 뿐. 가까운 산이라도 오르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멀리 갈 것 없다. 늦잠 실컷 자고 도시락 달랑 챙겨 지하철을 타자. 그리고 금정산에 올라 보자. 시외로 나들이했다 돌아올 때처럼, 꽉 막힌 귀갓길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 모르는 사람이 없다. 4백만이 오르내린 산이라 등산로도 따로 없다. 반질반질한 길부터 꾼(?)들만 다니는 때가 덜 탄 계곡길까지 주요 등산로만 꼽아도 양손이 모자란다.
이 가운데 호포새마을 회귀산행은 딱 숨찰 만큼 적당한 오르막이 있어 좋다. 또 내리막길엔 멀리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바위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게다가 어지간히 이름있다는 산에서도 보기 힘든 산죽군락도 있다. 산행구간은 지하철 호포역~샘터~고당봉~호포농원~호포역. 약 3시간30분 소요.
지하철 2호선 종점 호포역에서 내린다. 역사 4층 2번출구로 나오면 주차장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돌아 지하도로 들어선다. 호포새마을로 들어가는 지하도를 빠져나와 오르막길을 150�쯤 가다보면 철조망이 끝나는 곳에 폐기물 투기 경고문이 서 있다. 오른쪽 샛길로 접어든다.
7�쯤 되는 다리를 건너 왼쪽 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묵은 논길을 따라 걷다 철조망을 만나면 붙어서 간다. 오른쪽에 선바위농장이 보인다. 5분쯤 가면 솔길로 접어든다.
숨이 조금 찰 무렵 묘지가 나오고 얼마 안가 임도다. 가로지르면 가파른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송전탑이 보인다. 5분쯤 가다 왼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지난 가을부터 켜켜이 쌓인 묵은 낙엽이 제법 푹신하다. 이때부터는 작은 갈래길이 많아 헷갈릴 수도 있으나 또렷이 난 길을 따라가면 문제없다.
세갈래 길을 만나면 철탑을 향해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철탑 아래를 지나 평평한 길을 따라간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면 이때쯤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분쯤 올라 양다리가 묵직해질 때쯤 쉴 만한 바위무더기가 나온다. 가벼운 아침을 먹었다면 점심먹기에 딱 좋은 곳이다.
여기서 10분쯤 완경사를 오르면 폭 1� 정도의 임도가 시작된다. 오른쪽 바위봉우리를 보면서 3분쯤 가다 오른쪽으로 꺾는다. 어른 키만한 잡목들이 앞을 막는다. 좀더 가면 발목이 빠질 정도의 늪지대다.
왼쪽을 보면 4�는 됨직한 둥글게 자란 소나무가 서 있다. 샘터지만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덮어 놓은 상태다.
왼쪽에 고당봉을 두고 50�쯤 가면 금정산성이다. 산성을 타고 넘어 만나는 등산로는 화명동 아파트단지 뒷길에서 오는 것이다.
이곳에서 화명동까지는 약 1시간20분. 200�쯤 걸어 세갈래 길과 만나면 산성을 따라가는 왼쪽을 택한다. 고당봉이 바로 코앞처럼 보인다.
한참을 치고오르면 금정산 봉우리들이 하나씩 발밑으로 깔려든다. 5분쯤 가면 해발 750�를 가리키는 표지가 있다.
고당봉에 다다르면 한바탕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바위허리를 둘러감고 오르는 길은 험하다. 나뭇가지를 적절히 이용해야 하지만 너무 믿어서도 안된다. 썩은 가지를 잡았다간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키가 고작 한 뼘이나 될까 말까 한 산죽 사이로 계속 오르다 보면 낙동강에서 치받아 부는 바람이 매섭다.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어느새 고당봉. 계절에 상관없이 불어대는 바람을 피해 바위 틈새로 잠시 몸을 숨긴다. 멀리 영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하산길은 장군봉 쪽으로 잡는다. 고당봉에서 내려오는 떨어질 듯한 내리막길이 만만찮다. 바위를 타고 밧줄을 잡고 내려갈 땐 발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두번째 철탑에서 왼쪽으로 접어든다. 산죽 사이로 내리막이 가파르다. 낙엽을 디딜 때 주의가 요망된다. 겉보기와는 다르다. 자칫하면 헛짚어 발목을 삘 위험이 높다.
10분쯤 가면 오른쪽에 우뚝선 바위전망대가 보인다. 맑은 날엔 김해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꼭 들러 보시길.
다시 5분쯤 내려가면 댕댕거리는 풍경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나는 것일까. 아무리 둘러봐도 바위 밑에 작은 채소밭 말고는 없다. 두리번 두리번. 풍경소리는 바위 옆에선 근위병 같은 나무가지 끝에서 난다.
옆의 토굴암자를 지나면 둥글넓적한 바위전망대가 또 하나 나온다. 바위 틈엔 나이 지긋해 보이는 키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때부턴 산죽군락을 지난다. 산 꽤나 다녔다는 사람들도 금정산에 이런 산죽군락이 있었냐며 놀라는 눈치다. 지리산 같은 큰산에서나 볼 수 있는 규모다. 산죽의 열병을 받으며 지나간다.
조금만 가면 모래알을 셀 만큼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왼쪽이 호포농원이고 산행은 막바지에 이른다. 재선충 방제지역이 끝나는 곳에 호포새마을이 나온다. 마을을 지나면 원점이다. / 김용호기자
---------------------------------------------떠나기 전에
식수는 미리 준비하는게 좋다. 능선에 샘터가 있지만 폐쇄된 상태이다. 최근 파라티푸스 파동으로 안심하고 먹을 처지가 못된다. 봄이라 해도 최근 한낮의 기온이 높아 물이 많이 먹힌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고당봉 주변과 내려오는 길에 철탑을 지나면 가파른 바윗길 경사지에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코스가 많다. 일행의 도움을 받든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교통편은 지하철2호선을 이용하는게 가장 편하다. 서면역에서 호포역까지 40분 소요. 700원. 시내버스를 타면 111-2 15 121번이 금곡동까지 간다. 종점에서 내려 다시 양산쪽으로 검문소를 지나 호포역까지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