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타다 보면 산세는 좋으나 조망이 별로인 산이 있고 그 반대로 산은 수수하지만 조망이 탁월한 산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산에 직접 오르기보다 산 아래에서 관조하듯 산을 감상하는 것이 좋고 후자의 경우는 산 위로 올라가 산의 체취를 직접 느껴보는 것이 그 산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좋게 할 수 있다.
경 남 통영의 미륵산(461m)은 바로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산세는 장삼이사의 산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높이도 고만고만하고 품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딱히 내세울만한 암봉이나 깊은 골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 산은 산림청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 들어있다. 아마도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아름다운 항구가 이 산에 기대어 있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수도가 이곳에서 시작과 끝을 맺고 있는 점이 후한 점수로 작용한 것 같다.
맑은 날 이 산에 올라가면 바로 그 항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도 병풍처럼 펼쳐진다. 여는 섬 산에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어떤 이들은 그 풍광만을 즐기기 위해 이 산을 오른다고 한다. 그만큼 걸작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멋진 풍광도 산그림자가 산 아래로 내려오면서 그려내는 금빛의 실루엣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하나 둘씩 켜지는 도시의 가로등을 장신구로,석양에 걸려 출렁이는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의 향연은 황홀함을 넘어 두고두고 감동으로 남는다.
산행은 통영시 산양읍 산양읍사무소를 기점으로 해서 현금산과 미륵산에 오른 뒤 영운리 군부대 초소 앞으로 내려오는 종주코스로 꾸며졌다.
구체적 경로는 산양읍사무소~금평마을~303봉~현금산~작은망~미륵치~미륵산(봉화산)~안부사거리~약수터~띠밭등~안부삼거리~체육공원~바위봉~군부대 앞 암봉~유격장~군부대 앞 도로 순이다. 걷는 데만 2시간50분쯤 걸리고 휴식과 조망시간을 포함해 4시간30분쯤 걸린다고 보면 큰 오차가 없다.
이번 코스는 그러나 답사경로대로 다 따를 필요는 없다. 개념도에 나와 있는 등산로를 참고 삼아 각자의 형편에 맞게 코스를 꾸미면 된다. 종주에 큰 의미가 있지않고,무엇보다 땀이 많이 흐르는 여름철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행기점은 산양읍사무소다. 산양삼거리에서 신전리 방면으로 5~6분쯤 걸어가면 왼쪽으로 만난다. 여기서 다시 신전리 방면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남평교가 나오고 다시 1분쯤 더 가면 금평마을로 올라가는 삼거리를 만난다. 읍사무소에서 삼거리까지 4~5분 소요.
천음사 입간판에 서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의 갈림길을 따라가면 몇그루의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금평교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 마을쪽으로 2~3분쯤 더 올라가면 진행방향 오른쪽에 파란색 지붕의 슬라브 집을 만난다.
이 집 맞은 편이 산길로 연결되는 골목길이다. 길을 올라오는 동안 산쪽인 왼쪽은 몇 채의 집이 이어져 있지만 논밭지대인 오른쪽은 이 집이 처음이다. 골목길 입구 감나무에 부산일보 리본을 달아 놓았으니 참고한다.
여기서 지나왔던 큰 길을 버리고 왼쪽의 골목길을 따라 경사도를 조금 높여가면 돌로 담을 쌓아놓은 돌담집을 만난다. 산길은 그 집 돌담을 따라 10m쯤 더 올라가면 집 맞은편(진행방향 왼쪽)에 담쟁이 넝쿨이 우거진 조그만 창고 옆 갈림길로 연결된다. 골목길 입구에서 2~3분 소요. 이 갈림길은 창고와 밭 사이에 난 두렁으로 40~50m 정도 이어지다가 규모가 제법 큰 창녕조씨 무덤 앞 개활지에서 희미한 산길로 바뀐다. 창고 주변에 돌담집 너머 물탱크를 올려 놓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철봉 받침대가 있어 참고한다.
창녕조씨 옛 무덤을 찾았다면 이후 산길은 크게 어렵지 않다. 길은 묘비가 있는 곳에서 2시 방향으로 열려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금방 뚜렷해 지고 이어 사면으로 돌아가는 묵은 길을 좇아가면 303봉에서 읍사무소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상의 뚜렷한 길을 만날 수 있다. 묵은 길은 취재산행에서 새로 손질해 놓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창고에서 무덤까지 3~4분 소요. 창녕조씨 무덤에서 능선 상 무덤까지 6~7분,바위전망대까지 2분,다시 303봉까지 6분쯤 걸린다.
암봉미가 좋은 303봉에서 금평마을을 내려다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미륵산은 동쪽으로 우뚝하게 보인다.
303봉에서 내려오면 등로는 마루금을 따라 급격히 떨어졌다가 비탈길로 다시 일어선다. 땀을 좀 흘리는 구간이다. 봉우리로 올라서서 만나는 첫번째 삼거리가 점심이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이다. 303봉에서 10분,다시 315봉까지 2분, 봉우리가 밋밋해 능선과 큰 구별이 없는 현금산까지 5분,송신탑이 있는 341봉까지 6분쯤 걸린다.
341봉은 폐기된 초소 왼쪽에 바위전망대가 있어 둘러볼 만하다. 통영대교와 시내가 발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돌탑 2기가 있는 작은망은 341봉에서 8분쯤 걸려 닿는다. 작은망으로 올라가는 길은 헬기장에서 구멍바위쪽으로 직등할 수 있고 왼쪽으로 우회할 수 있다. 암릉으로 오르는 쪽도 별다른 위험요소는 없다.
용화산 또는 큰망으로 불리는 미륵산은 이정표가 있는 미륵치로 내려와 철계단을 통해 오른다. 작은망에서 30분 소요. 정상엔 태극기가 계양돼 있어 시선을 끈다. 동쪽 가까이 보이는 섬이 한산도이며 그 너머가 거제 본섬이다. 서쪽은 사량도를 비롯한 자란만의 섬들이며 남쪽은 욕지도와 부근의 섬들로 한려해상공원을 이룬다. 또 맑은 날이면 대마도도 가깝게 보인다고 한다.
하산은 봉수대쪽으로 내려와 왼쪽으로 연결된다. 직진은 신선봉이나 미래사로 향한다. 길이 패어 다소 거친 왼쪽의 급경사 길을 내려오면 샘터방면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사거리에 닿게 된다. 진행방향 오른쪽은 용화사 방면이다.
여기서 등로는 희미한 능선길을 버려두고 오른쪽의 샘터로 내려서야 한다. 미륵산에서 안부사거리까지 15분,다시 샘터까지 3분쯤 걸린다.
샘터에 닿았다면 이후 산행은 각자의 형편에 맞추면 된다. 이후로는 더 이상의 전망대가 없어 답답한 산행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사로 내려가겠다면 샘터 아래의 계곡길을 따르면 되고 용화사로 가겠다면 샘터 왼쪽(진행 방향·북쪽)으로 가서 만나는 띠밭등에서 왼쪽의 사면길을 좇으면 된다. 미래사까지 25분 소요. 띠밭등까지 5분 소요.
띠밭등에서 종주를 계속 하겠다면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아랫쪽)으로 등로를 이어가면 된다. 철탑 삼거리까지 6분. 능선은 철탑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수련원 방면)로 오른다. 체육공원까지 4분.
체육공원에서도 등로는 갈라진다. 왼쪽의 사면길은 통영청소년수련원으로 가고 직진방향의 능선길은 미래고개로 이어진다. 체육공원에서 바위봉인 165봉까지 8분,165봉에서 바로 내려서지 않고 왼쪽으로 우회해서 내려가 만나는 미래고개까지 15분,다시 군부대 앞 전망바위까지 8분,유격장을 지나 부대 앞 도로까지 6분쯤 걸린다. 길은 마루금의 오른쪽을 이어간다. 산행문의 위크앤조이 레저팀 051-461-4161,배영근 산행대장 018-584-5994.
글·사진=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교통편
들머리로의 접근성이 좋아 대중교통편을 이용한다.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사상)에서 통영행 버스를 탄다. 버스는 오전 5시40분에서 오후 8시10분까지 10~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직행은 2시간,경유버스는 2시간30분쯤 걸린다. 요금 9천100원.
통영에 닿으면 터미널 맞은편 부산여객 정류소나 일반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산양읍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는 5~8분 간격으로 다닌다. 요금 900원. 산양읍 남평리 산양농협앞 산양삼거리에 내리면 버스방향 직진이 아닌 왼쪽으로 산양읍사무소가 나온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양읍 산양삼거리까지 25분 소요,다시 읍사무소까지 걸어서 5~6분 소요. 산행종점에서는 도남동과 영운리를 오가는 시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는 25~30분 간격으로 다니며 17,18,38번이다. 통영 시외버스터미널이 종점이다.
자가 승용차도 가능하다. 남해고속국도 서마산나들목으로 빠져나와 고성 통영방면 14번 국도를 탄다. 이 도로는 서마산나들목에서 나와 산복도로인 무학로로 연결된다.
무학로는 나들목에서 나와 만나는 첫번째 교차로에서 직진,곧이어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기차 굴다리를 지나 오른쪽 오르막으로 만난다. 이후 통영방면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산행들머리인 산양읍사무소는 통영시내로 들어와서 통영대교 방면으로 가다 대교를 지나 오른쪽 도로로 이어진다. 대교에서 6~7분 소요. 산양농협이 있는 산양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곧 읍사무소가 왼쪽으로 보인다. 차는 읍사무소 부근 공터에 주차시켜 놓은 뒤 버스를 타고와서 회수하면 된다. 진용성기자
통영현금~미륵산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