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박 군!
이제 일국의 지도자가 된 명박 군에게
존칭을 써야 하지만,
자네는 “영원히 선생님의 제자로
남는 것이 좋습니다.”라며
한사코 편하게 대하라고 했지.
그래서 자네를 명박 군이라고 부르겠네.
우선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하네.
자네는 내가 교편을 잡은
30 여년 간의 세월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가장 자랑스러웠던 제자였네.
첫 수학 수업 시간, 작지만
똑 부러지게 생긴 자네와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50 년이 됐군.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자네는 늘 1등을 놓치지 않고
장학금을 받았던 모범적인 학생이었지.
나는, 자네와 같이 가난했던 시절을
더 힘겹게 보내야 했던
야간부 학생들에게
더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네.
자네도 새벽마다 장사하러 나가시는
부모님을 도와야 했으니,
마음 놓고 공부할 시간도 없었지.
하지만 자네는 항상 밝고,
아이들을 잘 이끌던 학생이었어.
별로 해준 것도 없는 나를,
선생이라고
늘 깍듯이 대해줬던, 늘
고맙고 자랑스러운 명박 군.
내가 아는 자네라면, 대통령직도
그 누구보다 잘 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자네의 담임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짧은 부탁의 말을 전하고 싶네.
먼저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대통령이 돼야 하네.
그 동안 여러 대통령님이
노고를 해주셨지만,
국민을 진정으로
두려워한 분은 없었네.
그러니 국민으로부터
진심으로 존경을 받지 못했네.
명박 군이 여기까지 온 데는,
자네를 믿고 지지해준
국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게.
옳다고 믿고 있는 바에 대해서는
소신을 가지고 실천을 하되,
민심이 바라는 바를 늘 살피고,
국민 앞에서
항상 겸손해 주기를 부탁하네.
다음으로는
초심을 잃지 말아 달라는 것이네.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통령이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가 본 자네는,
항상 바쁘게 뛰어 다니면서
열심히 살아왔지.
앞으로도 당연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이제부터의 5 년 간은
자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게.
명박 군!
국민은 요즘 어려운 살림살이에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찰 정도네.
하지만 자네라면,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세종대왕처럼 역사에 길이 빛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네.
5 년 후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도록 하지.
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도록 하게.
자랑스러운 제자에게 김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