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의 여러 묘미 가운데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갓 낚은 고기는 일반 시장에선 돈 주고 살 수도 없거니와, 직접 낚은 고기를 정성껏 보관했다가 요리해 먹는 것처럼 보람찬 뒤풀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나 여름철 같이 기온이 높은 시기엔 약간만 보관을 잘못해도 물고기가 죽거나 쉽게 상한다. 상하지 않더라도 육질이 물러져 맛이 떨어진다.그러므로 나중에 먹으려면 물고기는 최대한 오래 살리거나 보관및 갈무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입문자의 경우 낚는데만 치중해서 낚은 물고기의 뒷처리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뒷처리 방법을 모를 경우 모처럼 만난 떼고기 조황을 놓칠 수 도 있고 애써 낚은 물고기를 좀 더 싱싱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경우를 막고 효과적인 낚시를 하기 위해서, 갯바위꾼들의 주 대상어인 돔류를 중심으로 낚은 후 부터 단계별로 물고기의 처리방법을 알아본다.
물칸
갯바위에 바닷물이 고인 웅덩이를 흔히‘물칸’이라 부르른다. 낚시자리 주변에 이런 물칸이 있다면 좋은 물고기 임시 보관 창고가 된다. 감성돔과 같이 여러마리가 함께 다니는 물고기의 경우 입질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낚은 물고기를 재빨리 처리해야 마릿수로 낚을 수 있다. 바늘 뺄 시간마저 아쉬운 상황이고 보면 물칸에 잠시 물고기를 던져 놓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입질이 뜸해질 때를 이용해 살림망이나 쿨러에 주워 담으면 귀중한 입질 시간대를 효과적으로 이용 할 수 있다. 썩은 물이 고여 있거나 파도가 치면 쓸려 나가는 곳은 물칸으로 적당치 않다. 이런 경우 낚는 즉시 살림망에 넣어 보관 하는 게 좋다.
살림망
살림망을 바닷물에 넣어둘때 파도가 적게 치는 곳이 좋다. 파도에 물고기들이 시달려 비늘이 벗겨지고 심하면 죽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살림망이 찢어지거나 살림망을 묶은 줄이 끊어져 본의 아니게 물고기를 방생(?)할 수 도 있다. 급한 마음에 살림망 입구를 대충 잠그는 경우가 있다. 파도의 충격으로 입구가 점점 벌어져 물고기가 탈출하지 않도록 바쁘더라도 확인을 하는게 좋다.
참고로 살림망을 바다에 띄울때 로프를 고정시킬만한 적당한 자리를 찾을 수 없다면 바위틈을 찾으면 된다. 살림망을 바다에 띄운 다음 좌측의 그림처럼 로프에 매듭을 만들어, 이 매듭을 갯바위 틈에 끼우고 아래에서 몇번 잡아 당겨주면 생각보다 튼튼하게 고정된다. 이때 주의 할 점은 아래쪽에서 당겨지는 힘을 받았을때 매듭 부분이 튀어 올라오지 않고 꽉 낄 수 있는 구조의 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으로 안심이 되지 않는다면 그 매듭 위에 한번 더 매듭을 만들고 근처 적당한 틈에 끼우면 아래 매듭이 빠지더라도 윗매듭이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회수할 때는 매듭 아래쪽을 잡고 위로 들어 올리면 쉽게 빠지므로 간단하고 신속하게 철수할 수 있다. 와이어 줄도 끝부분에 로프를 연결해서 같은 방법으로 고정하면 된다.
한편 너울이 심한 상황에서 고기를 살림망에 보관하는 것은 생각처럼 바람직하지 못하다. 너울에 밀려 이쪽저쪽으로 치이다 보면 비늘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는 등, 고기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고기는 똑같이 회를 쳐놔도 30~40% 이상 맛이 떨어진다. 따라서 쿨러에 얼음만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차라리 일찌감치 피를 뺀 뒤 냉장 보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냉장 보관만 잘 된다면 6~8시간 정도 숙성된 생선의 맛이 훨씬 좋기 때문에 반드시 고려해 볼 문제다.
최근에는 부력꿰미를 쓰는 꾼들도 많다. 당초 부력꿰미는 돌돔 보관용으로 생산되었다. 그런데 찾는 꾼들이 늘면서 감성돔, 벵에돔용으로 가늘게 만들어진 부력꿰미가 생산되고 있다.
부피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며, 조류에 밀리는 현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기가 제각각 떨어져 있으므로 지느러미 등이 상하지 않고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다. 참고로 밑밥통을 하나 더 준비해서 기포기를 이용해 고기를 살리는 꾼들이 늘고 있다. 밑밥을 담는 밑밥통보다 조금 큰 사이즈를 준비하면 짐도 줄일 수 있고 깨끗하게 살려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낚은 고기 피 빼는 방법...스트레스 주기보다는 차라리 냉장을
돔류의 물고기를 싱싱한 상태로 보관한 뒤 회로 먹기 위해선 피를 빼내는 것이 급선무다. 미리 피를 빼지 않으면 횟감으로 장만 할때 속살에 혈액이 밴다. 그렇게 되면 비린내가 나고 혹시 혈액속에 있을 지도 모르는 세균감염의 우려까지 있다. 이때 반드시 살아있는 상태에서 피를 빼내는 것이 중요하며, 숨을 거둔 직후엔 피가 응고돼 잘빠지지 않아 별 효과가 없다. 특히나 여름철엔 살보다 피가 먼저 응고되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아가미를 찔러 피를 빼내는 방법이다.
아가미의 위쪽부터 아래쪽(그림(2)번)까지 칼로 쑤셔주면 되는데, 30~40cm급 이라면 이처럼 아가미 안쪽에만 칼을 대도 큰 무리가 없겠으나, 50cm 이상의 대형급 경우라면 좀더 완벽한 처리가 요구된다. 이때는 아가미 보다는 눈과 머리 사이의 급소(그림(1)번)를 깊숙이 찔러주면 아가미 안쪽을 손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피가 배출된다. 참고로 이때 등골을 절단해 두면 더욱 신선도가 유지된다. 또한 꼬리지느러미의 죽지부분(그림(4)번)도 칼로 쑤셔주면 뼈가 절단되면서 완벽하게 피가 빠진나 이곳은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 방법은 농어나 부시리 같은 고기들을 처리할 때 유용한데, 워낙 몸체가 길어 아가미 절단만으로는 피를 완벽하게 빼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가미 쪽만 찌른 농어를 가지고 회를 떠보면 꼬리쪽으로 갈수록 피가 배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 이때 유의할 점은 칼끝이 비늘에 미끄러져 자칫 손을 베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방법을 사용할 때는 미리 타올등으로 고기의 눈을 가리면 의외로 얌전하게 되어 다루기 쉽다.그리고 그림(4)번의 위치에 심장이 있다. 칼로 찔러 피를 뺄 때도 심장은 한참동안 움직인다. 이 펌프작용으로 피 빼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이 부분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이 완료했다면 머리를 잡은 상태에서 나머지 부분을 바닥에 대고 아가미 부분이 벌어지게 하면 피가 더 잘 빠진다. 다른 방법로는 뜰채나 살림망에 물고기를 넣고 바닷물에 담가서 흔들어 주면 혈액 응고를 막아 깨끗하게 피빼기를 할 수 있다. 그후에 서늘한 그늘에서 머리쪽을 아래로 향하게 세워두어 잔량의 피가 빠지게 한후 냉장 보관을 하면 된다.
참고로 피빼기를 할때 칼을 이용해도 되지만 전용 도구가 있는 걸 보면 피빼기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피빼기 전용도구는 베는 기능보단 찌르는 기능에 치우쳐 있다. 길이는 3~4㎝ 정도로 짧고 뾰쪽하며 날이 서있지 않아 실수라도 손이나 신체의 일부가 베이는 일이 없다. 라인컷터와 붙은 제품도 있다. 전용 도구가 없다면 임시방편으로 낚싯줄을 자르는 쪽가위나 나무젓가락 같은 것을 이용해도 된다. 그마저 구하기 어렵다면 잔인해 보이긴 하지만 손가락을 찔러 넣거나 아예 아가미를 뜯어내도 된다
냉장 보관 방법...고기는 완벽하게 밀봉시켜야
냉장 보관이라 하면 단순히 고기를 차갑게 보관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어찌보면 피를 빼내는 과정보다도 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과정이다.
우선 얼음의 준비부터 생각해 볼 문제다. 단지 음료수 따위를 시원하게 보관할 생각으로 얼음을 부족하게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횟거리를 만들어 가져갈 생각이라면 충분한 양의 얼음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작고 각진 식용 얼음보다는 얼음 전문점에서 만든 덩어리 얼음이 빨리 녹지 않아 좋다.
쿨러에 고기를 넣을 때는 아래쪽에 고기를 배치하고 위쪽에 얼음을 까는 것이 원칙이다. 따뜻한 열기는 상층을 향하지만 차가운 냉기는 하층을 향하기 때문이다. 이때 얼음은 덩어리채로 큰 것 보다는 어른 주먹만한 크기가 가장 적당하다. 작은 얼음은 상대적으로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 녹는 속도가 빠르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 만큼 냉기가 빨리 발생해 냉각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 게다가 물고기 사이의 빈공간을 채워 공간 절약과 함께 최상의 상태를 유지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다음 신경 써야 될 부분이 고기와 얼음에서 녹은 물과의 접촉이다. 얼음에 고기가 직접 닿을 경우 신선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 아무리 보냉력이 강한 쿨러라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조금씩 녹아 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고기는 신문지등에 싼 후 비닐봉지나 지퍼백 같은 것에 담아 완전 밀폐 시킨 상태에서 얼음을 덮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가급적 쿨러 바닥에 받침대로 쓸만한 물건을 깐 뒤 고기를 올려 놓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낚시를 갔는데 얼음을 구하지 못했거나 너무 많은 고기를 낚아 냉장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경우 그리고 장기간 낚시터에 머무를 경우에 대비해 염장 보관 방법에 대해 알아 보자.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굵은 소금으로 염장을 하는 것인데,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굵은 소금을 녹인 소금물에 "물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간은 소금 염장과 달리 고기 전체에 염기가 골고루 배게 돼 염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염장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가 적당하며, 맑았던 고기 눈이 막이 낀 것처럼 하얗게 변할 시점이면 충분하다. 그런후 꺼낸 고기는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제거한 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리도록 한다.
만약 얼음도 소금도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응급처리라도 해 놓아야 한다. 우선 피를 완벽하게 빼낸 뒤 가장 먼저 부패하는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한다. 그리고 바닷물로 깨끗이 씻어 그늘에 꾸덕꾸덕하게 말리며, 항구로 돌아오면 곧바로 소금간을 하도록 한다.
참고로 회로 먹지 않을 고기라 하더라도 일단 피를 빼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심지어 프라이팬에 튀겨 먹어도 피를 뺀 고기일수록 육질이나 맛이 훨씬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