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공간 ★/감동의글 이야기

어느 버려진 어머님의 일기

털보아찌 2008. 12. 9. 22:02
    
    ☆ 어느 어머니의 일기 ☆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
    어느 버려진 어머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