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남다른 노력'이 핵심
억대 연봉은 모든 샐러리맨의 꿈이다. 동시에 억대 연봉은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패배감을 안고 살아 가는 다수 샐러리맨들에겐 머나먼 신기루 일 뿐이다.
그러나 억대 연봉자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능력껏 일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이 '지존'의 자리는 모든 샐러리맨에게 그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기도 하다.
수개월간 각분야 30여명의 억대 연봉자들을 쫓아다니며 알아낸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알아본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특히 연봉제가 도입되고 난 후에는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지점 창구에 직원들의 자리를 배치해야 하는데 그게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봉제라는 게 실적에 따라 그만큼의 돈을 더 준다는 것인데, 알다시 증권사는 약정고에 따라 실적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아닌가. 당연히 어느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테고, 자리 배치를 해야 하는 지점장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말이다.
지점장이 이 정도라면 직원들이 얼마나 예민해하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실적(능력)과 돈에 관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곳은 비단 이 곳뿐이 아니다. 바야흐로 한국 샐러리맨 사회 전체가 이 두 개의 화두를 놓고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웬만한 샐러리맨 치고 새벽 영어학원 한번 다녀보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 주식 계좌 하나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실적과 돈은 생존의 핵심이 되어 버렸고,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는 억대 연봉에 시선이 모아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99년 초 현재 전국 700만명의 월급 생활자 중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들은 0.1%인 7000여명. 10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쉽지 않은 자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억대 연봉자들은 어떻게 해서 꿈을 이룬 것일까? 또 그들에게는 어떤 노하우가 있었을까?
□ 행복한 가정 유지가 첫째 조건
우선 이들은 하나같이 가정적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취재를 거절한 한 여성 억대 연봉자는 "세상에 내 이름이 알려지고 얼굴이 알려지면 조용한 가정 분위기가 깨질지도 모른다"며 사양하기도 했다.
임재만(39) 푸르덴셜 EL(Executive Lifeplanner·이사급)은 거의 매주 집 근처의 부모님 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인사를 드리러 갈 정도로 효심이 깊다.
김승범(38) 일신창투 수석 심사역은 "가정이야말로 내 최대의 안식처"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주말은 무조건 가족에게 봉사하는 날로 잡아 놓고 있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이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다.
□ 나이 들어 늙는 게 아니라 꿈을 잃어 늙는다
이들의 두 번째 특징은 항상 젊게 산다는 것. 일신창투의 김승범 수석은 지금도 청바지에 남방 셔츠 차림으로 출근하고 사람을 만나러 다닌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양복 정장을 하지 않는다.
헤드 헌터로 유명해진 유니코 서치의 유순신(43) 상무는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처럼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씩 웃었다. 취재를 위해 처음 유 상무를 찾아갔을 때도 혹 나이를 잘못 알고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36세의 나이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드물게 파트너 자리에 오른 채수일 부사장은 "나이가 들어 늙는 게 아니라 꿈을 잃어 늙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컨설팅을 통해 수많은 샐러리맨을 만나왔던 그는 이런 점을 가장 안타까워 했다.
"국내 샐러리맨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가 자유롭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평생직장의 개념이 확고한 것도 아니니까요.
시스템도 문제이긴 하지만 샐러리맨들 자신도 변해야 합니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하는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꿈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합니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거든요."
이장우 사장은 평사원 시절 항상 '나는 할 수 있고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자신에게 세뇌를 시켰고, 대학 시절부터 하루 4시간 이상을 자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경희대를 다니던 시절, 그는 돈이 없어 연탄을 사지 못해 전기밥통에 물을 붓고 거기서 나오는 증기를 쬐며 추운 자취방 시절을 견뎠고 그래도 안 되면 새벽 4시에 도서관으로 달려가 잠 자는 수위 아저씨를 깨웠다. 도서관은 난방이 되는 따뜻한 곳이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도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따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대학원을 다닌다. 공부할 밑천인 젊음도 충분치 않은 나이에 학교에 다닌다는 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꼭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어렵게 공부하는 데서 오는 희열은 세상의 어떤 쾌감에 비길 바가 아니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 우선 자신을 구조조정하라
억대 연봉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업데이트시키고 있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 인정해줄 그 누군가가 나타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 바로 이 점이 이들의 세 번째 특징이었다.
변화를 잊으려거든 성공도 잊어야 한다는 것. 특히 이들은 직장생활에서 가장 먼저 자신을 구조조정하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워크아웃은 기업만 하는 게 아니라는 요지다.
시대가 바뀌고 게임의 룰이 바뀌었으니 뛰는 선수들 또한 당연히 그 룰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유순신 상무는 나이 40에 국내에 있는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을 다니며 MBA를 땄다. 그의 말대로 "다시 하라고 하면 죽어도 못 할 것 같다"는 대학원을 그는 "이가 갈릴 정도로 힘들게" 마쳤다. 일단 하면 제대로 한다는 오기가 발동했던 것이다.
사실 그는 이미 전문가 대접을 받고 있던 상황이어서 굳이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도전했다. "졸업을 하던 날 MBA 학위를 획득했다는 사실보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패션업체의 한 여성 억대 연봉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 브랜드를 몇 개씩 런칭했지만, 런칭에 성공한 후에는 미련없이 자리를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만하면 됐다'는 자만에 빠지는 날이 실패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지친 모습을 발견했을 때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프랑스행 비행기를 탔다.
자신을 재충전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작품이 들려있었음은 당연했다. 그는 고졸 출신이었고 첫 직장은 작은 출판사였다.
□ 전직을 두려워 마라
이들의 네 번째 공통점도 바로 이 연장선상에 있다. 조직과의 불화는 성공의 지름길이라고나 할까. 대부분 전직을 한 후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는데도 받아주지 못하는 회사가 있다면 과감하게 떠나라는 말을 했다.
기회는 자신이 만든다는 요지였다.
ING생명의 오영동(37) 재정컨설턴트는 "실패한다고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실패도 자산이다. 회사가 망하거나 쫓겨나기 전까지 좋든 싫든 그냥저냥 보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라고 경고한다.
㈜이메이션코리아의 이장우(44) 사장의 경우 회사의 한 분야가 분사(spin-off)를 하자 미국 본사에 3개월 간이나 끈질기게 '이 회사의 적임자는 바로 나'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던 본사에서도 3개월 간의 끈질긴 요청을 받자 생각이 바뀌었고, 결국 그는 사장 자리에 올랐다.
□ 독서와 인맥 만들기는 필수
이렇듯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자신을 구조조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독서와 인맥 만들기. 바로 다섯 번째 공통점이다. 현대는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지식을 재충전하고 주위에 많은 전문가를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 달에 5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매일 읽는 신문 잡지를 제외하고 한 달에 5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 일을 처리하기에도 바쁜 하루하루이기 때문이다. 이장우 사장의 경우 지금까지 읽은 책이 2000권이 넘을 정도이다.
이들은 또 인맥 만들기도 열심이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다. 날마다 100통에 달하는 이력서를 받고 사람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유순신 상무의 경우,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로 적당한 사람을 찾기도 하지만, 정말 좋은 인재는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구하는 경우가 많다. 출장을 갈 때 이들의 가방에는 항상 몇 권의 책이 들어 있다.
□ 위기는 정면 돌파하라
이들의 여섯 번째 특징은 위기 때일수록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성준(34) 청호인터내셔널 본부장은 개인사업을 하다 2억6000만원의 부도를 내고 수배자 신세까지 되었던 사람이다. 자살을 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를 한 그는 은행과 거래업체에 전화를 걸어 무작정 "나를 믿어달라"고 했다.
그는 현재도 3500만원 가량의 빚이 남아 있어(어음 제외) 억대 연봉자임에도 은행에 황색 거래자로 낙인 찍혀 있기도 하다.
채수일 부사장의 경우, 94년 한국지사 설립을 준비중인 어느날 국내 5대 재벌의 계열사인 A상사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할 컨설팅업체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는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일본계 회사들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을 해봐도 역시 역부족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는 그때 공식적인 발표가 끝나고 A상사 임원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BCG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다면 첫 경험이기 때문에 열성을 다할 것이고, 이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도와 달라." 아무런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한 것. 결국 BCG는 입찰에 성공했고, 채 부사장의 말을 믿어준 임원이 있었다는 후문이 들려온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 자신감이 시작이자 끝
이들의 마지막 특징은 이렇듯 자신의 생활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라는 데 있다. 물론 전제 조건은 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 노력하다보면 자신감도 생긴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오영동씨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주위에 자신이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러면 주위에서 성공을 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자신이 세상의 미끼가 되라는 말이었다.
이장우 사장은 "전문가와 경쟁을 선언해야 한다. 윗사람과도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발전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하루도 포기하면 안된다"는 표현을 썼다.
사실 이들 억대 연봉자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의 7가지 특징도 웬만한 샐러리맨이라면 다들 아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우리의 일반적 상상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아마 '노력도 좋은 성공 비결'이라는 말은 여기에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 열매는 달고도 달다.
어쨌든 이들 억대 연봉자들의 마지막 공통점은 성공을 이룬 과거 못지 않게 그들의 내일이 궁금해지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