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황혼의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산골로 들어선 세 자매의 감동스토리가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달궜다.
12일 KBS2 ‘인간극장’에선 경북 안동의 무나무 마을에서 나이든 노부를 모시고 살아가는 세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할머니들이 무나무 마을에 들어온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아흔 셋의 고령인 나이에 홀로 남은 아버지에게 그간 받았던 은혜를 보답하고 싶었던 것이 그 이유.
아버지 김대용(93)씨는 도시에서 자식들을 키워내고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30년 전 아내와 함께 무나무 마을로 찾아들었다. 그러다 10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난 뒤부터 꿀벌을 치는 재미로 6년간의 외로운 시간을 견뎠다.
하지만 다리를 다치고 난 이후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일감을 손에서 놓았다. 그러면서 자연 몸은 점점 쇠약해지기 시작했고, 무료한 일상은 더욱 쓸쓸해져 갔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세 딸이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깊은 오지 마을로 찾아들었다.
이들 세 자매 중 맏이인 김한순(70)씨는 6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아버지 곁으로 제일 먼저 찾아왔다. 이어 남편의 요양 차 들렀다 근교에 남편의 묘소를 마련한 막내 김춘자(61)씨, 그리고 서울에 사는 남편을 홀아비로 만들면서까지도 아버지를 모시겠다는 둘째 딸 김순자(67)씨가 차례로 산골마을로 찾아 들었다.
이들은 모두 환갑을 훨씬 넘은 나이에 ‘편히 모시겠다’는 자식들의 만류와 손자들의 재롱을 뒤로 한 채, 오로지 나이든 아버지를 봉양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기꺼이 시골행을 택했다.
이들 할머니 세 자매의 지극정성은 늙은 아버지의 공양부터 시작됐다. 매끼 싱싱한 산나물을 캐어 아버지 밥상에 올리는가 하면, 어머니가 생전에 해 줬던 안동 식혜를 직접 만들어 아버지의 입맛을 돋궈 드렸다.
이뿐만 아니었다. 매일 아침 따뜻한 물로 아버지 세안을 도와드리는 것은 기본,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지팡이가 되어 주기도 했다.
이들 세 자매는 산에서 캔 나물과 텃밭을 일궈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용돈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성한 몸으로 뭐든 못 하겠냐”며 “자식들에게 벌써부터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이를 한사코 거절했다.
할머니 세자매가 살고 있는 무나무 마을집엔 날마다 노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했다던 아버지가 한곡 조 구성지게 뽑아 들면 딸들은 옆에서 장단을 맞췄다. 노래는 아흔이 넘긴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이기도 했던 것.
지난 6년간 쓸쓸히 홀로 불렀던 아버지의 독주가 어느덧 딸들과 함께 합창으로 변해 산골마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날 방송에서 전한 세 할머니의 감동사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부모를 섬기는 마음`과 `날로 각박해지는 세상 풍토에서 사랑이 가져다 주는 참의미`에 대해 곰곰이 되짚어 보게끔 만드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