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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부부

털보아찌 2009. 3. 15. 01:04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 한 노부부가 입원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랜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셨고
할머니는 당뇨, 고혈압, 천식, 
그리고 치매까지 앓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한 병동에 계셨지만
할머니의 치매가 심해져 
치매를 주로 돌보는 병동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두 분이 한 병동에 계실 땐
할아버지가 할머니 병실에 찾아가도
할아버지를 알아 보지 못하는 할머니는
  "누구세요?" 라며 반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다른 병동으로 가신 후로는
날마다 할아버지를 기다리셨습니다.
두 분이 다른 병동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그래도 몸이 덜 불편한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보러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 가셨습니다.
그때마다 할아버지께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할머니께 뽀뽀를 해주셨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고 다정해 보이던지...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천생연분이란 저런 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부부에게도 자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식들은 부모를 버렸고
결국 노부부는 시설에 맡겨졌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생활하다 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입니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는게 힘들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버이날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고
보호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석을 부탁드렸습니다.
어버이날이 다가왔고
많은 보호자들로 병원은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하나, 둘 보호자들이 환자 분들을 모시고 행사장으로 갔고
그 틈에서 보호자가 오지 못한 그 노부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자원봉사자가 많이 참여하여 보호자가 오지 못한 환자분들을
모셨지만 그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한산해질 무렵 
할아버지께서 한 손에 카네이션을 들로 할머니를 찾아 오셨습니다.
할머니 주려고 가져왔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할아버지...
나중에 할머니 병실에 들렀을 때
할머니 머리맡에 놓여있는 카네이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네이션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며칠동안 할아버지 얼굴을 뵙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왜 오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퇴원하셨다고 합니다.
그 후 천식이 있던 할머니께선
천식이 부쩍 심해져 호흡하기 힘들어 하십니다.
식사도 잘 하지 않으시려 합니다.
당뇨가 있으신데 식사량까지 줄어 지난밤에는 저혈당에 빠졌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면 할아버지가 더욱 생각납니다.
할아버지가 없는 할머니는 많이 힘들고 외로우신가 봅니다.
두 분 사시는 날까지 만이라도
행복하게 같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