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998년 8월 21일자 신문에 기재됐던 내용입니다.
"어디서 난 옷이냐? 어서 사실대로 말해 봐라."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작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입고
들어온 고급 브랜드의 청바지를 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며칠째
다그쳤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아들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 죄송해요. 버스 정류장에서 손지갑을 훔쳤어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내 아들이 남의 돈을 훔쳤다니..."
잠시 뒤 아버지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환경이 어렵다고 잘못된 길로 빠져서는 안된다."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경찰서로 데려가 자수
시켰다.
자식의 잘못을 감싸기 바쁜 세상에 뜻밖의 상황을 대면한 경찰은 의아해
하면서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들의 범죄사실이 하나 더 밝혀졌고, 결국 아들은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아들이 남의 돈을 훔친것에 마음 아파하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재판이 있는 날 법정에서 어머니가 울먹였다.
"남편의 뜻대로 아들이 올바른 사람이 되도록 엄한 벌을 내려 주세요."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
" 아버지가 저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흐흐흑."
이를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드디어 판결의 시간이 왔다.
"불처분입니다. 꽝- 꽝- 꽝-."
벌을 내리지 않은 뜻밖의 판결에 어리둥절해하는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판사가 그 이유를 밝혔다.
" 우리는 이처럼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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