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 가을 능선을 따라 계곡을 타고 / 붉은 물결이 인다.
지난 여름 그 뜨거웠던 열기에도 / 꿋꿋이 녹음을 뽐내던 잎새들이었다.
가을비가 몰고온 선선함에 기다렸다는 듯 / 단풍이 피어난다.
그래서 미당 서정주는 / 초록이 지치면 단풍이 든다고 노래했던가.
설악의 단풍은 지난 주 절정에 달했다.
대청봉을 넘어선 단풍은 이번 주부터
남도에 곱게 내려앉을 전망이다.
“오매, 단풍들었네!” 덕유산 8부 능선. 전주에서 왔다는 중년 부부 등산객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백련사로부터 이어지는 무주 구천동 계곡은 지금 단풍으로 선계를 이루고 있다. 짙은 숲을 뚫고 내려온 햇빛도 가을에 취해 붉은 듯, 노란 듯 알록달록한 빛살을 산길에 흩뿌리고 있다.
첫번째 단풍산행지는 덕유산(德裕山·1,614M)이다. 굵고도 덕스러운 산줄기를 품고 있다는 덕유산은 단풍도 부드럽고 온유하다. 선홍빛보다는 주홍빛이, 원색보다는 파스텔조가 많은 것이 덕유단풍의 특징이다.
산행구간은 ‘거창군 북상면 송계사 지구~영천약수~지봉밑 삼거리~횡경재~백암봉(송계삼거리)~중봉(1,594M)~향적봉(1,614M)~백련사~구천폭포~무주군 설천면 삼공지구’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6시간 30분~7시간.
거창 군내버스정류장에서 송계사행 버스를 타고 가다 종점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송계사 지구 매표소가 보인다. 입장료는 1천3백원. 매표소 앞에는 덕유산 산행안내도와 목조안내판이 있다. 가야할 길을 잘 살펴보자. 5분여 올라가면 삼거리가 있다. 이정표에는 ‘영천약수’라 씌어 있다. 철제문이 있는 왼쪽 오솔길이 오름길. 향적봉까지 8.1㎞를 가리킨다. 임도따라 오른쪽으로 꺾으면 송계사다.
철제문을 지난다. 5분여 오르면 ‘덕유 04-01’ 표지목이 있다. 표지목은 50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10여분 더 오르면 이정표를 만난다. ‘향적봉 대피소’를 따라 큰길로 올라간다. 왼쪽으로 기암괴봉이 단풍잎새로 눈길을 끈다. 수리가 살았다는 수리덤이다. 마치 설악산 용아릉의 한 봉우리를 뽑아다 옮겨놓은 듯 하다.
10여분이면 ‘지봉밑 삼거리’에 닿는다. 계곡이 모여드는 지점이다. 이정표를 참조하자. 왼쪽이 향적봉길. 오른쪽은 지봉으로 간다. 15분만 오르면 ‘쉬어가는 곳’에 다다른다. 개울을 살짝 건넌 뒤 산허리를 가로지른다. 지능선 삼거리에 오른다.
▶ 떠나기전에
덕유산은 남한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길이 전체적으로 유순하고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주봉인 향적봉에서 내리닫는 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산정 부근에는 기상변화가 심해 가을 한낮에도 쉽게 영하로 떨어진다. 마루금 한쪽에서는 햇볕이, 반대쪽에는 강풍을 동반한 비구름이 몰려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단풍산행이라도 충분한 방한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덕유산정은 운무도 자주 낀다. 전설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많은 사람들이 덕유산으로 피난을 왔는데, 왜병들이 이들을 잡으러 올때마다 짙게 안개가 끼었다고 한다. 덕유의 운무는 겨울철 고사목에 아름다운 상고대를 피운다.
덕유산 산행은 대부분 `무주구천동→백련사→향적봉'을 왕복하는 코스가 많이 애용된다. 혹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으로 올라 같은 코스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단풍철 주말 하산길에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산행 에티켓이다. 오가는 사람이 겹칠 경우 내려가는 사람이 올라오는 사람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 올라오는 사람이 더 힘이 들기 때문이다.
들머리인 거창쪽 오름길은 이제 단풍이 시작되고 있다. 하산길인 구천동은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이창우 산행대장/만어산장 245-7005
▶ 교통편 - 거창서 송계사행 갈아타야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를 탄다. 1만1천6백원. 2시간40분 소요. 부산에서 당일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아침 7시 첫차를 타야 한다.
거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군내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송계사행 버스편 시간이 빠듯하므로 택시를 타도록 한다. 기본요금 구간이다. 군내버스정류장에서는 위천선 중 송계사 방면 버스를 타야 한다. 오전 7시40분, 9시, 10시 등에 있다. 반드시 10시까지 버스를 타야 한다. 소요시간 50분. 1천9백원.
덕유산 입장료는 1천3백원. 남덕유분소 055-943-3174
하산하면 무주군 설천면이다. 구천동 공용버스 터미널에서 오후 5시10분, 6시20분, 7시10분에 영동으로 떠나는 버스가 있다. 소요시간 1시간50분. 요금 4천4백원.
영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리면 영동역까지 걸어간다. 5분 소요. 부산~영동 열차가 밤 9시9분, 9시22분(무궁화) 밤 10시10분(새마을) 등에 출발한다. 무궁화 주말 1만1천원. 새마을 주말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