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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주례사!

털보아찌 2011. 1. 28. 12:03


3 년 전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마치 한 편의 연애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았단다. 선배 집안의 반대가 엄청났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나의 대학 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 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광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보며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