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도 부산 즐기기 ★/부산 근교산

배산~금련산~황령산

털보아찌 2008. 9. 26. 20:06

가을 산의 매력은 어디 있는가. 뭐니뭐니 해도 단풍이다. 불이 난 듯 온산을 붉게 물들이는, 박수치는 아기의 손처럼 쫙 펴진 귀여운 잎새들. 그 사이사이로 노랑 물감을 풀어 가볍게 점을 찍어 놓은 것 같은 노란 잎까지 가을산에 피어오른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협곡을 가로질러 구름다리가 하나 걸쳐졌다면, 그 단풍숲 속을 걷는 기분은 다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가을 억새도 빼놓을 수 없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날씬한 몸을 흐늘거리면서 슬프게 울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는 떠났던 임이 비단치마를 끌면서 돌아오는 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석양을 지나 반쯤 이지러진 달이 둥실 떠올라 비추기 시작한다면 정취는 더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이들은 빛나는 조연이 있기에 사랑받는 주연일 뿐이다. 그 조연은 바로 새파란 하늘과 청명한 날씨. 파랗다 못해 차라리 서러운 원색의 파란 하늘이 바탕색으로 칠해지지 않았다면 단풍이 그토록 고울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만발했더라도 투명한 햇살에 반짝이지 않는 억새는 은백색 빛을 잃을 것이다.

조망도 단연 가을이 최고다. 황사에 찌들어 희뿌연 먼지만 자욱한 봄이나, 장마와 먹구름에 가린 여름 등 어느 계절 보다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때가 바로 가을이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도 가을에 가면 볼 확률이 가장 높다.

부산은 보름동안 아시안게임으로 들썩였다. 시내 구석구석은 최선을 다하려는 스포츠정신과 갈라진 조국의 통일을 열망하는 목소리로 차올랐고 또 넘쳤다. 이제 무대는 막을 내렸고 도시는 다시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도 감동은 남았다. 부산을 휘감았던 환희와 격정과 좌절의 순간을 반추하면서 걷기에 알맞은 곳이 있다. 도심 한가운데 다소곳이 뻗어있는 배산~금련산~황령산 구간이다.

산행코스는 연산로터리~감천사~멍에고개~배산(255�)~바람고개~부산여상~우암사~금련산(415�)~황령산(427�)~사자봉~문현동 바람고개~경성대학교. 4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기점인 감천사에서 직진하면 천지암 이정표. 작은 개울을 건너 파란색 물탱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T자형 삼거리에서 오른쪽. 능선까지 치고 나간다. 붉은 빛이 도는 흰 바위지대가 나온다. 녹슨 듯 이끼가 끼었다. 한 고개를 넘으면 멍에고개. 소 멍에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멍에정이라고 현판을 단 정자가 있다. 장승이 두 개 보인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제법 가파른 계단이다. 10분.

산은 작은 산이라 굳이 여기서 소개한 코스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어느 길이든 가고 싶은 길로 꼭대기에 오르면 된다. 정상에 서면 부산의 산이란 산은 거의가 다 눈에 들어온다. 대마도도 희미하게나마 형체를 알아 볼 수 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길쭉하다.

돌탑과 광안대교를 보면서 하산. 바로 망해정 체육공원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서 갈림길에서는 왼쪽의 능선을 향해 나간다. 정면에 금련산을 두고 내려간다. 15분 정도 가면 바람고개. 복 더위에도 이곳에 앉으면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는 곳이다. 나무하러 왔다 지게를 내려놓고 쉬던 곳이라 한다. 화장실 앞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간다. 50� 앞 갈림길에선 왼쪽. 나무로 만든 가드레일을 따라가면 시내에 닿는다. 새로 붙인 거리 이름은 양지6로. 간선도로를 건너 부산여상 앞에까지 간다. 15분 정도 걸린다.

이 구간이 싫을 수도 있다. 산길을 걷다 배낭을 메고 도심 한 복판을 지나는 게 영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없다.

부산여상 앞에서 10분 정도 오르막을 지나면 끝에 우암사가 있다. 왼쪽으로 작은 다리를 건넌다. 5분 뒤 산불조심 경고 간판과 돌탑이 두개. 산허리를 타면서 직진한다. 약간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약수터가 있다. 남부소방서 설치 조난위치표시 ②번지점이다.

여기서부터 갈림길에서는 오르막 길을 따른다. 이내 헬기장이 나온다. 정상이 지척이다.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는 듯하다 내려선다. 갑자기 치고오르면 금련산 정상. 정상석에는 특이하게도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은백색 억새 너머 고개를 살짝내민 부산의 도심(위). 배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수목원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아래)]

정상에서 황령산을 보고 내리막 5분이면 도로에 닿는다. 길을 건너 50�쯤 가면 왼쪽에 산길. 한 고개를 넘어 다시 도로와 만난다. 100� 정도 걸으면 다시 왼쪽의 산길로 들어선다.

중간에 포장마차가 있어 간식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곳에서 황령산 정상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억새와 작은 바위가 뒤얽힌 구간을 지나면 바로 그곳이다.

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잠시 목을 축인다. 하산은 산불감시초소 옆으로 난 길로 시작한다. 10분이면 너덜을 지나고 한번 내려섰다 오르면 사자봉. 바로 옆에 사자봉보다 조금 높아 보이는 봉우리를 타고 넘어 영도 봉래산을 보면서 직진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리막. 10분쯤 가다 바위를 가운데 두고 갈라지는 길에서는 왼쪽이다. 다시 조금 걸으면 문현동 바람고개 체육공원에 이른다. 바로 앞 야트막한 봉우리로 우선 올라선다.


고개를 넘으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걷다 물탱크가 두개 있는 갈림길에서 넓은 길로. 5분이면 경성대학교 캠퍼스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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