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 이야기방 ★/등산 가이드

봉화 청량산 등산코스

털보아찌 2008. 11. 3. 16:47

*봉화 청량산

산행 코스는 단순하고, 짤막하다. 내청량 중심의 자소봉을 목표 삼아 어느 길을 따르든 세 시간 안팎이면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산행 기점은 청량폭포, 모정, 입석. 그중 맨 위쪽의 입석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모정~청량사 길은 급경사 콘크리트길이므로 등로보다는 하산로로 적당하다. 단, 어느 코스를 따르든 스님들이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이라 자랑하는 청량사를 끼워 넣도록 한다.

11월 1일부터 후년 5월 31일까지는 건조기 산불예방기간이지만, 주 등산로인 입석~응진전~금탑봉~김생굴~자소봉(2.4㎞), 입석~경일봉~자소봉(3.1㎞), 자소봉~탁필봉~연적봉~뒤실고개~청량사~모정(2.6㎞) 코스는 열어놓는다. 따라서 최정상인 장인봉 산행 외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청량산 도립공원 입장료 어른 8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bonghwa.go.kr/cheongryang, (054)679-6321~2.

 

#등산코스

최고 인기를 누리는 입석~자소봉~청량사 코스

청량산만의 독특하고 신비감 넘치는 산세와 더불어 어풍대와 김생굴 같은 산 안의 명소와 연꽃 속에 자리잡은 듯한 절집들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다. 청량산 최고의 조망대로 꼽히는 어풍대를 지나 청량사로 내려서지 말고, 신라 명필 김생이 10년간 수련했다는 김생굴을 거쳐 내청량 주봉 격인 자소봉에 올라 조망을 즐긴다. 그 후 탁필봉과 연적봉을 지나 뒤실고개에서 청량사로 내려서도록 한다. 약 3시간 소요.

스릴 넘치는 경일봉~자소봉 바윗길

탐승과 더불어 암릉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입석~자소봉 코스를 따르다 김생굴 직전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금탑봉 북쪽 안부로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북쪽) 능선길을 따르면 경일봉과 841m봉을 거쳐 자소봉 철계단 아래로 내려선다. 가파르고 중간중간 절벽이 나타나 긴장감을 주지만 위험 구간에는 철계단이나 굵은 밧줄이 설치돼 있다. 김생굴~자소봉 코스에 비해 1시간쯤 더 잡으면 넉넉하다.

응진전~청량사~모정 허릿길 사색 코스

산 허릿 길이지만, 청량산 탐승에 부족함이 없는 코스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안심당(安心堂)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한 다음 입석으로 돌아와도 2시간이면 넉넉하다.

#대중교통

청량사 버스종점인 집단시설지구(도립공원 관리소)에서 모정까지는 2㎞, 모정에서 입석까지는 800m 거리다.

●봉화→청량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4회(06:20, 09:20, 13:30, 17:40) 출발. 청량사 출발시각은 07:00, 10:00, 14:30, 18:20. 40분 소요. 요금 2830원. 봉화터미널 (054)673-4400.

●안동→청량사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교보생명 버스정류장에서 67번 청량사행 버스가 1일 6회(05:50, 08:50, 10:00, 11:50, 14:50, 17:50) 출발. 청량사 출발 시각은 07:00, 10:20, 11:50, 13:20, 16:20, 18:50. 1시간 소요, 요금 1540원. 경안여객 (054)821-4071~2.

#드라이브 코스

영주 서쪽 방면은 중앙고속도로 풍기나 영주IC에서 빠져나와 36번 국도를 따라 4km쯤 동진하다 918번 지방도로로 바꿔 타고 봉성면을 거쳐 명호면까지 간다. 이후 35번 국도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11km쯤 내려가면 강 건너편에 청량사 들머리가 보인다. 안동 남쪽에서는 중앙고속도로 남(서)안동 IC에서 빠져나와 안동시를 관통한 다음 35번 국도를 타고 도산면을 거쳐 진입한다.

#먹거리

봉화읍에서 청량산 방향으로 약 10km 떨어진 봉성면소재지는 돼지고기 요리로 이름난 마을이다. 양념구이(한판 1만2000원)도 맛있지만, 식당 주인들은 대개 솔잎을 깐 석쇠에 숯불로 구워낸 소금구이(한판 1만원)를 추천한다. 갖은 야채와 구수한 된장찌개가 곁들여 나온다. 청봉숯불구이 (054)672-1116.

 

*봉화 청량산, 공민왕도 반해버린 산

“어쩜, 지는 빛이 저리도 곱다더냐.”
“아깝다 아까워. 이제 얼마 지나면 한 해 뒤에나 볼 수 있을 텐데….”
산 허릿길에서 삐져나온 어풍대(御風臺)에 앉은 중년의 여인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온통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은 아직도 가을빛이 곱기만 하다. 파스텔 톤이란 이런 빛깔을 일컫는 것일 게다. 그래서 아낙네들 뒤편의 남정네들도 그 은은한 분위기가 혹 깨질세라 숨죽이고 있는 것일 게다.

그 기암절벽 돌병풍 안에 산사 청량사(淸凉寺)가 있다. 도인들의 거처 같은 그 절집에 바람이 일자 처마끝 풍경이 댕그랑거리고, 뒤이어 맑디맑은 목탁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곤 스님의 염불소리가 어우러져 산안개 끼 듯 산을 에워싼다.

절 뒤는 온통 바위벼랑.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위 사이로, 암봉 사이로 길이 열려 있다. 그런 길 따라 신라 명필이 10년간 머물며 수련을 쌓았다는 김생굴을 거치고 오작교를 건너 자소봉(845m·일명 보살봉)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본 다음, 산봉을 넘고 넘어 최고봉 장인봉(의상봉)까지 다가서는 사이에, 만추에 젖어든 선계를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6·6봉(峰), 12대(臺), 3굴(屈)’로 표현되는 바위산인 봉화 청량산(淸凉山)처럼 산 안팎으로 절승인 산은 정말 희귀하다. 최고봉 장인봉 높이래봤자 해발 870.4m이고, 맞은편의 축융봉(祝融峰·845.2m) 남쪽 안동땅까지 합친 도립공원 총면적이 48.76㎢에 불과하며, 암봉이 밀집해 있는 면적만 따진다면 그 1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지 중의 오지라는 봉화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있으면서도 신라 명필 김생을 비롯해 최치원, 이황, 주세붕 등 걸출한 인물들이 이 산을 탐했고, 고려 공민왕까지도 홍건적의 난을 핑계 삼아 굳이 이 산 안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청량산 '청량사'

 

▲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어풍대에서 바라본 청량사 전경
ⓒ2004 장권호

소백산맥 청량산 연화봉 기슭, 이제 막 벙그는 연꽃 모양의 열두 봉우리 사이에 꼭꼭 숨은 천년 고찰 청량사. 흔히 사람들은 청량산을 '입 벌리고 들어갔다가 입 다물고 나온다'고 말한다. 청량산의 수려한 경치에 놀라 입 벌리고 들어갔다가, 나올 적엔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고 해서 유래한 말이다.

경상북도 최북단 봉화군 청량산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예전에도 몇 번이나 청량사 답사를 시도하다가 엄두가 나지 않아 번번이 포기하고 말았는데, 마침 <광주교사불자회>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찰 탐방에 어렵사리 동행할 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 2시 30분 비엔날레 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88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잠깐 멈추었다가, 4시간여를 달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이른 저녁을 들고 바로 출발한 일행은 이내 나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로 알려진 35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이제 막 물오르기 시작한 어린 모들이 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세상의 어떤 꽃보다 싱싱하다.

저 날것의 어두운 밤길을 걸어

▲ 유리보전 앞 5층 석탑과 범종각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금탑봉의 자태
ⓒ2004 장권호
오른쪽으로 낙동강 최상류인 명호강과 청량산 자락이 차창 너머로 아스라이 들어온다. 한눈을 팔 수 없을 만큼 빼어난 35번 국도의 아름다운 강변 풍경이 이어진다. 머나먼 여정이 이제 막바지에 이른 셈이다. 도립공원 청량산 매표소를 지나 공사 중인 집단 상가 지구에 도착했을 땐 6월의 긴 해가 완전히 졌다.

차에서 내려 내청량사 진입로인 육모정까지 어두운 산길을 걷기로 한다. 깎아지른 듯한 험준한 산 사이로 이어지는 산길은 불빛 하나 없는 칠흑이다. 어둠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준비한 랜턴을 끄고 걷는다. 불빛 하나 없는 '날것의 어둠 속'을 이렇게 걸어 본 적이 실로 얼마 만인지. 나직한 목소리로 도란거리며 어두운 밤길을 걷는 이 느낌이 참 좋다.

가쁜 숨을 내쉬며 1 시간여만에 도착한 청량사의 밤하늘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총총한 별 밭이었다. 지현 주지 스님의 따뜻한 응대를 받고 심검당 숙소로 안내 받아 잠자리에 든 것이 열 한시, 기나 긴 여정의 하루였다.

새벽은 그렇게 찾아오고

▲ 나무 특유의 따뜻한 질감으로 온유한 인상을 주는 심검당 내부 소형 나무불상
ⓒ2004 장권호
새벽 예불을 알리는 도량석 소리에 잠을 깨보니 네시가 채 못됐다.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문을 나선다. 세상의 첫 새벽 같은 산사의 정갈한 미명이다. 체감 온도는 초가을 서늘한 날씨다. 하늘은 보랏빛을 띤 채, 별은 어제 밤보다 더 맑고 가깝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야간 모드에 맞춰 몇 컷을 시도해보았으나 여의치 않다. 좀 더 기다리면서 경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청량사는 가람을 앉히기엔 여러 가지로 어려운 가파른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절대 공간이 여유롭지 못해 건물 배치가 어렵다. 이런 지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절한 간격과 높이로 석축을 쌓아 안심당과 범종루 그리고 유리보전과 심검당 등의 당우를 제 자리에 앉힌 빼어난 안목과 조촐한 불사가 돋보인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는 공간 안심당의 풍경소리
ⓒ2004 장권호
사찰측의 섬세한 기획력은 안심당(安心堂)에서 빛을 발하는데,‘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란 멋진 안내판을 단 이 건물은 절 집을 찾는 이들을 위한 찻집으로 웬만한 카페가 부럽지 않다. 또한 입구인 범종각 부근에서부터 촘촘하게 침목을 깔아 분위기 있는 나무계단을 만들어 여느 사찰보다 멋진 진입로를 연출했다. 물이 없는 청량사 진입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와를 이용해 만든 인공 수로로 물을 흐르게 한 발상은 정말 놀랍다.

지상의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법고에 이어 범종과 목어 운판이 차례로 울리면서 새벽 예불이 끝자락에 이르렀나 보다. 새들이 가장 예쁘게 노래한다는 새벽 다섯시. 유리보전 앞 오층석탑에서 바라보는 청량사 산세는 깊고 도도하다. 금탑봉과 축융봉 그리고 연화봉에 둘러 쌓인 청량사의 수려한 산세가 비로소 한눈에 조감된다. 청량산 열두봉 벙그는 연꽃잎에 둘러 쌓인 청량사의 명성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첩첩산중 미타불(彌陀佛)이라"

▲ 가파른 경사와 비좁은 공간을 잘 활용한, 조촐한 불사가 돋보이는 청량사 공간배치
ⓒ2004 장권호
새벽 예불을 마친 선생님들과 함께 이 교수님 안내로 1 시간여가 소요되는 자소봉 등산에 오른다. 해발 840M의 자소봉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은 동서남북 거칠 게 없다. 북으로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과 남동쪽 주왕산까지 겹겹한 산세가 아스라히 밀려온다. 안내를 맡으신 이교수님, 자소봉 조망을 한 마디로 정리하신다.

“첩첩 산중 미타불(彌陀佛)이라.”

응진전(應眞殿)을 향해 하산길을 서두른다. 응진전 가는 길목, 어풍대(御風臺)에서 바라보는 청량사 조망에서 사람들은 다시 한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어풍대(御風臺)에서 잠깐 땀을 식히고 나면 이내 곧 응진전(應眞殿)이다. ‘진리에 응한다’는 뜻을 지닌 응진전은 석가모니불의 제자 중 궁극의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 중에서 상수제자(上首弟子) 16명을 모신 불전으로 한 마디로 ‘지혜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다.

▲ 자소봉 정상에서 바라 본 광활한 조망, 동서남북으로 막힘이 없다
ⓒ2004 장권호
또한 응진전은 고려 왕가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체취가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정략 결혼에 의해 머나먼 이국 땅으로 시집 온 노국공주는, 후일 조국 원나라의 영향력을 벗어나 자주정책을 폈던 남편 공민왕을 도운 비운의 주인공이다. 1361년 홍건적의 2차 침략 때 공민왕과 함께 머나먼 청량사까지 피난길에 나섰던 그 무렵, 그녀는 개인적으로 결혼 11년이 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해 감내하기 힘든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한다.

축융봉에서 금탑봉과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유리보전 앞 조망이 숨막히도록 수려한 경관이라면 응진전 앞 조망은 넉넉한 육산의 포근함으로 사람을 안온하게 감싸주며 위로해주는 경관이다. 원나라에도 고려에도 속하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생애를 마친 비운의 왕비 노국공주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안온한 산세가 참· 좋·다·

▲ 세상과 사람에 힘들어 질 때, 안온한 산세로 사람을 안아 주는 응진전 조망
ⓒ2004 장권호

 

여행의 마무리

폐사나 다름없던 청량사를 오늘의 청량사로 만들어 낸 것은 직접 경운기를 몰고 마을을 찾아다니며 포교를 마다하지 않았던 지현 스님의 노력이다. 조심스럽게 법문을 청했을 때 스님은 '받는 불교에서 베푸는 불교로' 짧은 한 마디로 정리하신다.

스님은 사찰 음악회를 처음으로 기획하여 산사음악회의 붐을 일으키게도 했다. 산사체험(Temple-Stay)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모든 이들에게 청량사의 문호를 열고 환영할 것이라 했다.

막힘이 없다. 그래서 천년 고찰 청량사가 오늘에도 더욱 아름다운 지도 모른다.

 

*여름이 가는 길목, 봉화 청량산
'사람들 말하기를 독서는

산을 유람함과 같다 하는데,

이제 보니 산을 유람하는 것이

독서와 비슷하구나

(讀書人說遊山似/今見遊山似讀書).'

평생토록 수없이

청량산(淸凉山.경북 봉화군)에 오른

퇴계 선생이 남긴 시의 일부다.

태백산 황지 연못에서 시작된 낙동강은 오늘도 '맑고 서늘한' 물줄기를

봉화 땅에 적신다.

세계적 희귀종인 열목어가 서식하는 곳. 전국 최대의 송이 주산지.

한때 '춘양목'이라 불리던 금강소나무가 하늘을 찌르던 곳, 그 청정의 땅이 봉화다.

경북도립공원인 청량산. 해발 870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그러나 청량산을 걸을수록 감탄이 흘러나오며, 발품을 쉬고 있자면 앉은 곳마다 이야기가 넘친다. 한때 27개의 암자를 거느린 불국토였으며, 통일신라 때 명필 김생, 그리고 대학자 최치원이 공부했던 곳. 조선시대에는 퇴계 선생이 청량산에서 학문의 기초를 닦았고, 퇴계 이후로 선생의 학문과 인품을 흠모하는 후학들이 성지 순례하듯 올랐던 산이니 그럴 수밖에. 매표소에서 2.8㎞를 들어가 산행 기점인 '입석'에서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

외유내강형의 산

"청량산은 외유내강형의 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뜻 보면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이내 암산(岩山)입니다. 그래서 퇴계의 학문을 청량산에 빗대곤 하지요."

길벗으로 동행한 청량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정민호씨의 설명이다. 청량산 12봉 중 하나인 금탑봉(金塔峯.620m)에 오르니 청량사의 부속 암자인 응진전(應眞殿)에 우선 닿는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연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고려 말 공민왕은 정략결혼 차원에서 원나라 노국공주와 결혼한다. 공주는 고려인을 자처하며 공민왕을 진심으로 도와 고려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다. 아쉬운 점이라곤 결혼한 지 8년이 되도록 아기가 안 생긴다는 것이었다. 왕은 중신들의 간청을 못 이겨 후궁을 얻으나, 이를 두고두고 미안해 했다 한다. 이후 부부는 홍건적의 침입 때 개경에서 피난 와 석 달 정도를 안동에서 지낸다. 공주는 이 기간에 응진전에 와서 기도를 드렸다 하니 기도의 내용은 짐작이 간다. 개경으로 돌아간 뒤 공주는 임신을 하나 난산 끝에 숨지고, 이후 공민왕은 마음의 병을 얻어 굴절된 말년을 보냈다는 것이다. 응진전의 16 나한상 중에는 노국공주를 닮은 것이 있어 지금도 기묘함을 느끼게 한다. 어쨌든 봉화에서는 현재도 공민왕과 공주를 위해 동제를 지내는 곳이 많다 한다. 굽이굽이 맺힌 사연을 듣자니 끝도 없는 것이 청량산이다.

청량산의 '꽃술' 청량사

길은 금탑봉을 휘감으며 어풍대(御風臺)에 닿는다. 청량산 전망대 중 가장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청량산의 뭇 봉우리들이 빙 둘러 연꽃잎 마냥 하늘을 향해 있고, 그 중앙에 꽃술에 해당하는 청량사가 앉아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예서 조금 더 가면 김생이 글씨 공부를 했다 하는 김생 굴, 퇴계가 공부하던 자리에 후학들이 세운 청량정사(淸凉精舍) 등 허다한 유적을 만난다. '산을 유람하는 것은 독서와 같다'는 시구의 뜻을 알 듯 모를 듯한데, 어쨌든 지금 사람들은 선인들 흔적을 따라 걸으며 부지런히 청량산을 '읽을' 만하다.

여행정보

청량산 입구에 청량산박물관(054-672-6193) - 청량산을 배경으로 한 문화 및 자연 유산에 대해 알 수 있는 곳이다. 관람료 무료. 다음 카페의 '아름다운 청량산'(cafe.daum.net/dmltkdqhd), '청량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cafe.daum.net/chrsan)에서도 청량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청량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54-679-6321.

 

*낙동강 상류 건너 오르는 기악(奇岳) 청량산

경북의 오지 봉화군, 중앙고속도로 따라 한걸음

무릇 강(江)의 상류는 깨끗하고 맑습니다.

산과 산 사이에 길을 내고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하류로 갈수록 온갖 세상의 찌꺼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곤고한 흐름을 감내해야 할 강물이기에 상류의 맑음이 더 귀하게 보입니다. 경북 봉화군 청량산 아래 휘도는 낙동강 상류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 층애절벽 아래 흐르는 그 옥류가 결국 혼탁한 강의 대명사인 낙동강이 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로 알려진 경북 봉화군 남쪽. 안동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청량산이 우뚝합니다. 기이한 모양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청송 주왕산, 영암 월출산과 더불어 3대 기악(奇岳)으로 꼽힙니다.

불과 몇 년 전,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청량산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단양에서 죽령 너머 영주, 다시 봉화읍을 지나 굽이굽이 돌아야 했습니다. 새로 널찍한 길이 생긴 까닭에 청량산도 이제 하루에 다녀올만한 곳이 됐습니다.

청량산 가까이 가면서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낙동강입니다.

처음 길 가에 결코 넓지 않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듯하다가 금세 폭을 넓힙니다. 강의 꼴을 스스로 갖추어가는 셈입니다. 그 물은 깊은 계곡에서 발원한 물처럼 맑디맑습니다.

강바닥에서 수 만년 물살의 희롱을 받으며 누워 있는 암반 모양도 각양각색, 잠시 차를 멈추고 12월 얼어붙은 강물에 발 담그고 싶어집니다.

◆ 짧고도 먼 10년의 격세

10여 년 전까지 청량산 옆을 지나는 국도에서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타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탄탄한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45인승 버스까지 여유 있게 건너다닙니다. 그리 길지 않은 다리가 멀기만 했던 양쪽 땅을 잇지만 반대로 세월을 나눕니다. 불과 10여 년 전과의 격세(隔歲)인 셈이지요.

낙동강을 건너 도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청량산으로 진입합니다. 신라 의상대사의 수도처로 세상에 알려진 뒤 최치원과 명필 김생, 홍건적에 쫓겨 전국을 떠돈 공민왕, 퇴계 이황에 이르기까지 이 산에 이름을 남긴 인물은 한 둘이 아닙니다.

산의 주봉 이름이 바로 의상봉(870m)인데다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맑아졌다는 총명수(聰明水)가 솟는 샘물, 김생이 틀어박혀 글씨공부를 한 김생굴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또 조선 율곡과 쌍벽을 이룬 유학자 퇴계가 공부했다는 오산당(吾山堂)도 청량사와 나란히 서있습니다. 특히 ‘나의 산’이란 이름을 붙인 퇴계의 오산당은 나름대로의 내력이 있습니다.

청량산은 퇴계의 5대조가 조정으로부터 하사받은 봉산(封山)이기에 충분히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셈입니다.

청량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해 한 때 33채의 부속건물을 거느릴 만큼 큰 절이었지만 조선시대 억불정책에 따라 규모가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경북도 유형문화재인 유리보전을 중심으로 몇 채의 당우가 옛 영화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 아기자기 오르락내리락 산행

청량사로 오르는 길은 관광버스까지 들어가는 길가의 팔각정과 입석, 두 곳에서 시작됩니다.

이 길은 청량사를 지나 육륙봉(六六峯)이라 부르는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오르는 기점이 됩니다. 굳이 산행을 하지 않을 경우 입석에서 청량사까지 오른 뒤 팔각정으로 하산하는 길이 좋습니다.

팔각정으로 내려오는 길 조망이 아주 빼어나기 때문입니다. 입석에서 청량사까지는 편한 걸음으로 15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습니다. 길이 넓지 않지만 오가는 사람이 많아 등산화 없이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청량사를 지나 의상봉까지 오를 생각이라면 반드시 기본적인 산행 차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행코스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오르락내리락 가파른 언덕이 반복됩니다. 한 개의 봉우리를 오른 다음 옆의 봉우리로 가기 위해서는 마치 벼랑과 같은 내리막길로 내려선 뒤 다시 똑같이 생긴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곳곳에 철계단과 동아줄을 매놓았지만 허술한 차림새로 달려들었다간 엉덩방아 찧기 십상입니다.

입석에서 청량사를 거쳐 자소봉에 오른 뒤 산의 북쪽 끝에 있는 의상봉까지 올랐다가 청량폭포로 내려서는 길은 대략 3시간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의상봉에서 청량폭포로 내려서는 길이 무척 가파르고 인적이 드물어 조심해야 합니다. 청량산을 완전히 종주하기 위해서는 입석에서 청량사로 가다가 오른쪽 김생굴 쪽으로 방향을 바꿔 경일봉 먼저 올라야 합니다.

소요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는 입석에서 청량사-자소봉-의상봉까지 올랐다가 청량사까지 원점회귀, 팔각정으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 가는 길 오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경북 영주까지 간다. 영주에서 봉화까지 35번 국도를 이용, 봉화에서 919번 지방도로를 따라 청량산 도립공원으로 갈 수 있다.

청량산에서 안동까지는 불과 24km 거리이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 하회마을 관광 등을 겸할 수 있다. 숙박은 청량산 입구의 청량산휴게소(054-672-1447), 청하식당(054-672-1385), 산성식당(054-672-1133)에서 민박할 수도 있고, 명호면 소재지의 이나리 강변 유원지에도 민박집이 많다.

◆ 나들이길 먹을거리

봉화에서 청량산 가는 길에 있는 봉성면은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한 곳. 강원도 홍천의 돼지숯불구이가 고추장 양념으로 알려졌다면 봉화는 담백한 소금구이로 이름 날리고 있다.

암퇘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소나무 숯불에 석쇠로 구우면서 소금으로간을 한다. 기름이 빠진 고기에 솔향기가 스며들어 아주 담백한 맛을 낸다. 두리봉식육식당(054-673-9037)과 봉성숯불식당(054-672-9130) 등 20여 곳이 길가에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