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캐는 남자와 '쑥국'
휴일 날, 오후가 되니 마땅히 할 일도 없는 것 같아 TV 앞에 앉아 있으니
"여보! 우리 뒷산에나 갔다 올까?"
"그러지 뭐~"
아이들은 각자 자기 할 일에 바쁘고, 이제 남는 건 우리 부부뿐인 것 같습니다.
한 시간은 족히 걸릴 산행이라 배낭에는 귤, 사과, 배, 물통을 넣고 어깨에 울러 메고 소풍 나가는 기분을 냈습니다.
"당신, 뭘 그렇게 많이 담아?"
"그냥 심심하니까 입이나 다시고 오죠."
"쑥이나 왔는지 칼이나 챙겨..."
"오우~ 알았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으면서 봄을 느껴보았습니다.
아직은 차갑지만 바람 속에는 봄이 들어있어 훈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판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려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논두렁을 타면서 양지쪽에 말라있는 풀을 살짝 걷어 보니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있고 빼꼼히 쑥도 함께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신나게 손을 놀려 1시간가량 쑥을 캐고 보니 우리 4식구 한 끼는 먹을 량이 되었습니다.
등으로 전해오는 햇살의 따스함이 봄을 불러 왔나 봅니다.
나 보다 더 꼼꼼히 앉아서 봄을 캐는 남자....
"여보 그만하고 집에 가자"
"좀 만 더 하고.. 잼나잖아"
"싫증난다."
"참나! 여자가 왜 그래?"
"피~~"
"당신은 사진이나 찍어."
"......"
봄을 캐는 남자의 모습 한 번 보실래요?
▶ 봄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와 있었습니다.
▶ 나 보다 더 잘 캐는 남편..
▶ 쑥은 이물질이 없게 가려놓습니다.
▶ 다시물을 시원하게 냅니다. (다시마 2조각, 멸치, 무, 대파 약간)
▶ 된장 1스푼을 풀어 주고, 조갯살도 넣어 줍니다.
▶ 들깨가루도 2스푼(입맛에 따라 가감) 넣어 줍니다.
▶ 팔팔 끓을 때 쑥을 살짝 넣어 줍니다.
▶ 완성 된 쑥국 입니다. 맛 있어 보이나요?
그 날 저녁 식탁에는 봄향기가 그윽하였습니다.
우리 아들
"엄마! 한 그릇 더~"
뚝딱 먹어 치우는 것을 보니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기에 돋아 난 새쑥이 약이 되는 줄 아는가 봅니다.
온 가족이 봄기운을 입으로 넣는 행복한 식사가 되었습니다.^^
쑥국은 미리 끓여 놓으면 맛과 향이 덜 하답니다.
국물을 준비 해 두었다가 뒤에오는 가족을 위해서 쑥만 살짝 넣어 줘야 그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봄향기 느껴지는 쑥국 한 번 끓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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