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에돔은 활성도가 높을 때 먹이를 찾아 상하좌우 종횡무진 움직인다. 밑밥과 미끼가 제대로 동조되지 않고 다소 거리가 떨어져도 먹이를 스스로 찾아다니므로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찌밑수심이 적당하지 않더라도 입질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벵에돔의 활동영역은 무척 넓다. 수면 가까운 곳의 밑밥을 먹기 위해 거의 일직선으로 떠올라 밑밥을 덮치듯 먹고 몸을 틀어 바닥으로 내려간다. 봉돌이나 목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시선은 항상 수면에 뿌려지는 밑밥을 향해 고정돼 있다.
그러나 활성도가 낮을 때는 복지부동이다. 움직임이 매우 둔화되며 밑밥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 밑밥에 접근했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덮치는 일은 거의 없으며 한마리 한마리 음미하듯 먹는다. 움직이는 범위나 스피드가 극도로 위축돼 일정한 수심층 이상으로는 절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수심층에 밑밥이 닿아도 흥분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밑밥을 기다리기 위해 위를 향해 시선을 두는 경우도 별로 없다. 이처럼 시선이 거의 수평방향을 보므로 밑밥 속에 있는 미끼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하곤 한다.
그렇다면 활성도가 낮은 벵에돔은 어떻게 낚아야 할까? 미끼가 좀더 자연스럽게 보여야 입질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는 목줄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활성도가 낮을 때의 벵에돔낚시는 찌밑수심이 중요하다. 아무리 입질이 약아도 미끼가 벵에돔 있는 곳을 지나도록 하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목줄 굵기는 그 다음 문제다.
예를 들어 수심 3발정도 되는 곳에 벵에돔이 있다고 했을 때 찌밑수심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3발 전후로 조절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찌밑수심은 채비가 수직으로 섰을 때를 말하는 게 아니다. 미끼가 벵에돔이 노는 수심층에 닿기 위해서는 채비가 조류에 밀려 비스듬히 흐른다는 것까지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럼 큰 봉돌을 달아 찌에서 바늘까지 수직으로 서게 하면 어떨까? 미끼는 벵에돔이 있는 수심에 닿을지 모르지만 밑밥과 동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수직으로 선 목줄이 벵에돔 눈에 잘 띈다는 단점도 있다.
이럴 때는 찌밑수심을 원하는 수심보다 반발에서 한발 정도 더 깊게 주고 때때로 찌의 흐름에 제동을 걸며 흘리는 방법이 제일이다. 그러면 채비를 밑밥과 동조시키기도 쉬울 뿐 아니라 목줄이 비스듬한 상태를 유지하게 돼 벵에돔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목줄을 인식하지 않게 되므로 다소 굵은 목줄을 사용해도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굵은 목줄로 벵에돔을 낚기 위해서는 많은 악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채비 흘리는 방법에 숙달되기만 하면 그런 어려움쯤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굵은 목줄을 사용한 채비를 자연스럽게 흘리기 위해서는 찌밑수심을 평소보다 조금 깊게 설정하는 게 좋다. 또한 채비가 바닥층을 흐르는 밑밥과 같은 속도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 수시로 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목줄이 경사를 이루도록 하면 굵은 목줄의 일차적인 단점을 제거할 수 있다. 찌밑수심을 평소보다 깊게 설정하는 이유는 미끼가 비스듬히 떠오른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채비를 흘릴 때는 밑밥이 가라앉으면서 흐르는 속도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미끼가 밑밥띠를 벗어났다고 생각되면 곧 찌를 당겨 흐름을 멈춰줘야 한다. 이렇게 채비를 당기는 동작은 밑밥 동조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미끼에 움직임을 주는 효과도 있다. 미끼의 움직임은 그 자체가 훌륭한 유인동작이 아닐 수 없다.
당김은 유인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입질로 연결된다. 여기서 목줄 굵기 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대형 벵에돔을 낚는 테크닉은 목줄 굵기가 아니라 당김기술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