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어종별·채비★/벵어돔

0호찌의 이해

털보아찌 2008. 12. 12. 21:24
의심할 여지없는 벵에돔 킬러 - 제로찌 100% 마스터 전략

최근 국내 낚시계를 가장 떠들석하게 만들고 있는 건 누가 뭐래도 간신히 수면에 뜨는 찌, 부력 제로인 0(제로)찌의 등장이었다.
지금까지의 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초저부력 찌인 제로찌는 처음엔 감성돔낚시용으로 잘못 받아들여져 많은 꾼들이 ‘효용 불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간의 혼동기를 거친 뒤 벵에돔낚시를 위해 개발된 찌라는 게 알려지고 실전에서도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게
증명되면서 이젠 벵에돔낚시에 없어서는 안될 최고의 신병기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꾼들이 제로찌를 제대로 쓰는 법을 모르고 있다. 단지 제로찌만 달고 채비를 던지면 벵에돔이 정신없이
미끼를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뿐, 제로찌의 메카니즘과 벵에돔의 습성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철저한 띄울낚시용, 밑밥 없이는 무용지물

먼저 제로찌는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하는가에 대해 알아보자. 아무리 효과만점인 제로찌라고 할지라도 몇가지 전제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제로찌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밑밥이다.
대상어인 벵에돔에 맞는 빵가루나 가벼운 집어제를 크릴과 섞은 밑밥없이는 제로찌낚시가 불가능하다.

밑밥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수면 가까이 벵에돔을 띄운 다음 극도로 예민한 채비를 사용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황 아래서
입질을 받을 수 있도록 고안된 게 제로찌다. 미끼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움직이면서도 입질은 다른 어떤 찌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제로찌의 가장 큰 매력이며 위력이다.

흔히들 릴 찌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밑밥과 미끼의 동조는 감성돔낚시에서보다 벵에돔낚시에서 더욱 중요하다.
감성돔낚시에선 밑밥과의 동조가 거의 불가능하고 또한 동조가 조과를 보장한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벵에돔낚시에선 동조는 입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제로찌는 이를 가장 현실화 시켜준다.

그러므로 포인트의 여러가지 여건에 따라 제로찌를 쓸 수 있고 없고가 좌우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밑밥을 준비하고 꾸준히
노리기만 한다면 어디서라도 제로찌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벵에돔낚시의 최대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하다, 편하다, 의외로 쓰기 쉽다

한편 제로찌에도 많은 종류가 있어 처음 제로찌를 접하는 꾼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각 메이커에서 부력을 0(제로)로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미묘한 상황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러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제로찌를 상세히 소개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선 가장 기본적인 0(제로)부력의 찌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론상으론 부력이 전혀 없다고 해도 실제 제로찌는 약간의 여부력을 갖고 있어 수면 위로 찌 머리부분이 조금 나오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생각보다 찌의 움직임이 눈에 쉽게 들어오며 사용하기에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봉돌을 전혀 달지 않아도 크릴과 바늘의 무게만으로 벵에돔의 유영층까지 미끼가 얼마든지 내려가고 입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된다.

가장 기본적인 채비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낚이는 씨알에 따라 원줄과 목줄의 굵기만 약간 달리하면 웬만한 상황 아래서는
충분히 벵에돔을 낚을 수 있다. 이때 엉킴방지봉은 오렌지색을 쓰는 게 조류의 방향·속도와 함께 밑채비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유리하다. 형광색 도료가 칠해진 수중찌를 연상하면 쉽게 오렌지색 엉킴방지봉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심 조절은 찌매듭을 하거나 고정핀을 써 조절하는데 고정핀을 쓰면 입질때 약간 이물감을 느끼므로 유동채비가 유리하다.
약간의 경험이 쌓이면 찌매듭 없이도 원하는 수심층을 얼마든지 노릴 수 있으며 입질도 어렵잖게 파악할 수 있다.

제로찌낚시의 핵심, 밑밥으로 띄워라

이젠 밑밥에 대해 알아보자. 앞에서 잠시 언급한 것과 같이 벵에돔낚시와 밑밥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밑밥 없이도 몇마리는 낚을 수 있을 지 몰라도 밑밥을 이용한 띄울낚시와는 조과를 비교할 수 없다.

파래새우가 최고의 미끼로 평가받던 동해남부권과 홍갯지렁이가 으뜸이라던 거제도에서도 크릴을 밑밥과 미끼로 쓴 제로찌 채비로
월등한 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엔 다른 미끼에 관심을 보이던 벵에돔이지만 시간이 지나 충분히 수면 근처로 피어오른 뒤에는
크릴에만 입질을 해 주변에 있던 많은 꾼들이 밑밥과 제로찌의 위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벵에돔용 밑밥은 가벼운 벵에돔전용 집어제나 빵가루와 크릴을 섞어 쓴다. 이때 크릴은 가급적 원형을 살리는 것이 좋으며 조류가
빨라 밑밥이 원하는 포인트를 쉽게 벗어날 땐, 잘게 부숴 침강속도를 빨리 하는 게 유리하다. 일반적인 경우 감성돔낚시에 비해
밑밥 소모가 많으므로 한물때 적어도 1.5㎏짜리 크릴 5개에 빵가루 1㎏ 정도를 섞는다. 필자의 경우는 보통 크릴 10개 정도를 하루
낚시용으로 쓰는데 밑밥이 부족해 벵에돔이 계속 입질을 하는 상황에서 안타깝게 낚시를 포기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밑밥을 주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순식간에 벵에돔이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하며 흩어져 버리기에 더 이상의 입질을 기대하기 힘들다).

밑밥은 처음엔 잡어를 수면 가까이 띄워 올리는데 쓴다. 주변 잡어들을 모두 모아 수면 근처에서 우글거리게 만든다는 기분으로
쉼없이 뿌려줘 최대한 갯바위 가까이 잡어를 유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가급적 수면에 밑밥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흩뿌리는 게 좋다. ‘크릴+빵가루’는 비중이 가벼워 주걱으로 다지지만 않으면 쉽게 흩뿌릴 수 있다.

눈으로 잡어가 수면 가까이 피어 오른 걸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면 벵에돔을 낚을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만들어 진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벵에돔이 전혀 없는 포인트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틀림없이 잡어떼 밑에는 벵에돔이 모여 들게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선 잡어떼가 일순간에 사라지고 벵에돔이 무리지어 밑밥을 받아먹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 이땐 눈에 보이는
물고기는 낚시로 낚을 수 없다는 게 틀린 말이란 걸 몸소 경험할 수 있다. 미끼가 수면에 착수되자 마자 사정없이 물고 늘어지는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간해서 눈에 보일 정도로 벵에돔의 활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잡어 너머로 채비를 던져 찌를 조금씩 끌어 당기며 미끼가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하면 잡어떼 밑에서 벵에돔이 입질을 한다.

잡어를 충분히 활성화시킨 다음 벵에돔을 낚기 위해 채비를 던질 땐 벵에돔을 위한 밑밥도 함께 뿌려줘야 한다.
이땐 잡어를 모으기 위해 발밑에 흩뿌렸던 것과는 달리 주걱으로 단단하게 뭉쳐 조금 멀리 두세 주걱 던지고 밑밥 속으로 채비를
던져야 된다. 이를 위해선 밑밥을 던지기 전 미리 미끼를 꿰어 놓아야 밑밥과 미끼가 동조되는 시간을 길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원하는 포인트로 밑밥을 뿌릴 때 가급적이면 밑밥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잘못하면 애써 모아놓은 잡어들이 징검다리식으로 수면에 떨어진 밑밥을 따라 벵에돔을 노리기 위해 던진 밑밥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채비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생각되면 다시 두세 주걱을 찌 근처에 뿌려주는 게 좋다. 그런 다음 밑밥이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 쯤,
뒷줄을 약간 당겨 채비가 2차 투입된 밑밥과 동조될 수 있도록 한다.

약 5분 정도의 시간동안 이뤄지는 이런 일련의 동작 속에서 벵에돔은 입질을 한다. 만약 입질이 없으면 미련없이 채비를 걷어
들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조금도 쉴 틈이 없는 무척 바쁜 낚시지만 밑밥과 미끼가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고 벵에돔의 행동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무척 흥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미끼는 크릴이 가장 무난하게 쓰이며 지역에 따라서는 깐새우가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크릴은 꼬리만 떼어내고 쓰거나 머리와
꼬리를 떼내고 몸통만 바늘에 동그랗게 말아 쓴다. 잡어가 많을 땐 머리가 없는 게 유리하다.

깐새우는 바늘 귀가 살짝 감춰질 정도로 꿴다. 크릴에 비해 무거우므로 제로찌는 수면 아래로 약간 잠겨들어 처음 쓰는 꾼은
적응하기 힘드므로 G2찌를 선택하는 게 좋다.

잡어의 성화를 걱정하는 꾼들도 많은데 충분한 밑밥으로 수면 근처로 띄워 올린 잡어는 의외로 미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또한 노리는 포인트에서 밑밥과 동조되어 내려가는 미끼가 잡어 때문에 없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으므로 너무 채비가 가벼워
미끼도둑들을 피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은 접어둬도 무방하다.

만약 입질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미끼만 없어진다면 잡어가 아니라 벵에돔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땐 채비를 좀 더 예민하게
바꾸거나 채비의 하강속도를 조절해 좀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간만 건드려도 제로찌는 말을 한다

제로찌를 처음 써 보는 꾼은 여부력이 없고 예민하다는 것만 생각해 입질을 하면 총알같이 빨려 들어갈 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벵에돔은 좀처럼 미끼를 물고 사정없이 돌아서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건드려 본 뒤 아무런 부담이 없을 때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물감을 느끼면 미끼를 뱉어버린다. 그러므로 아무리 예민한 제로찌를 쓰더라도 입질은 무척
약은 형태로 나타난다.

물론 부력이 높은 다른 찌보다는 제로찌가 훨씬 예민하다. 벵에돔이 미끼를 건드리기만 해도 어떤 형태로든 반응이 나타난다.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입질의 형태는 찌가 수면 아래로 약간 잠긴 채 몇초간 정지해 있는 것.
마치 밑걸림이 생긴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제로찌낚시는 찌밑수심이 3m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간해서 밑걸림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입질의 형태는 벵에돔이 미끼를 입에 물고 잠시 갈등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틀림없다. 이때 약간이라도 이상한 기운을
 느끼면 미끼를 뱉어내 버리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여겨지면 미끼를 물고 들어가므로 찌가 서서히 잠기다 갑자기 사라진다.
이땐 대부분의 경우 미끼를 목구멍 깊숙히 삼킨 상태다.
한편 활성도가 매우 높을 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찌가 자연스럽게 천천히 잠겨들며 이때 챔질 타이밍은
찌가 약 10㎝ 정도 잠길 때가 적당하다.

만약 입질이 매우 약은 경우엔 아무리 제로찌를 쓰더라도 입질이 찌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일 땐 0나 00부력의
마이크로찌나 목줄찌를 써 찌 저항을 좀 더 줄여주는 게 바람직하다. 입질은 마이크로찌나 목줄찌가 움직이는 걸 보고 파악할 수
있으며 생각보다 효과가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