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매의 막내였던 나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혼자 힘으로 마쳐야 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혼자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곤 하던 것이. 그런 나를 엄마는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미안해하셨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떠나와 생활하던 내가 처음 결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엄마는 무척 서운해하며, 남편을 많이 반대 하셨다. 하지만 나의 간절한 설득에 결국 어렵게 허락하셨는데,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시골에 내려갔을 때였다. 시집가고 나면 이젠 자주 오지 못할 곳이란 생각에 서글픈 마음이 들 면서 이런저런 일로 착잡해 있는데, 저녁 설거지를 마치자 엄마가 골 방에서 나를 부르셨다. 들어가 보니 엄마가 허리춤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봉투를 하나 꺼내셨다. "자, 이거 받아라. 어떻게든 백만 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구나…." 엄마는 말끝을 채 잇지 못하셨다. 집안 형편을 뻔히 아는 나는 결혼 역시 부모님 도움없이 하려던 터라 엄마에게 그 돈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더욱 미안한 표정으로 돈이 너무 적어서 그러냐며 속상 해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봉투를 받아서는 돈을 꺼내 보았다. 그리고 지폐 한장 한장을 세면서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돈은 지난 설날에 언니와 내가 용돈하시라고 드린, 서울 무슨 은행 지점이라고 도장 찍힌 수표 두 장을 비롯, 그 동안 우리 형제들이 틈틈이 드린 용돈을 안 쓰고 모으신 것이었다. "모두 구십구만 원이야. 꼭 백만 원을 채워주려고 했던 건데, 그게…." 나는 내내 미안해하기만 하시는 엄마를 살며시 안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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