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하시던 부모님 대신 어린 시절 나를 거의 키우신 분들이라 내겐 더욱 각별한 분들이다. 할무이와 할부지, 도대체가 이 두 분이 싸우시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길래 언젠가 엄니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난 아직 한번도 두 분이 싸우시는 거 못 봤는데, 나 태어나기 전에 두 분이 싸우신 적 있어요? " "나도 못 봤다... 아무도 못 봤을껄..." 그래서 직접 할무이께 여쭤 본 적이 있다. "할무이 두분이 싸우신 적 없습니꺼? " "아무리 싸울라케도 저 영감이 실실 웃으면서 상대를 안해준다..." 참 기가 막히게 사신 분들이다. 50년 이상을 같이 사시면서 어째 단 한번도 큰소리로 싸우신 적이 없으실까... 나도 결혼해 살아보니까 알겠는데 그건 정말 기적이다. 결혼하신 분들은 다들 동감하시리라. 그런 할무이가 3년전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3개월 동안은 아무도 못 알아보시고 알아듣지 못할 말씀만 하시더니 한달 넘는 출장 출발 바로 전날뵈러 갔더니 신기하게도 날 알아보시는 거였다. " 주니 아이가... 어데 가나... " 그 말씀을 하신 5초 동안이 지난 3개월동안 의식이 돌아오신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출장 떠난 바로 다음날 돌아가셨다. 나한테 작별 인사하신 것이었다... 선산은 너무 멀어 자주 찾아 갈 수 없다고 바로 뒷산에 묻어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신 할부지 덕분에 산소는 가까웠다. 출장에서 돌아와 혼자 할무이 산소를 찾았을 때. 정말 원망스러웠다. '하루만 일찍 가시지... 아님 좀만 기다리시던지... 좀만 더 있으면 나 결혼하는데... 내가 결혼할 때 업어드린다고 내가 어릴 적부터 노래를 불렀는데...' 그러면서 막 울었다. 산소 옆엔 썰렁하게 왠 철제 의자하나가 놓여있었다. 적막한 무덤 옆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철제의자는 왠지모를 외로움과 서글픔이 묻어났다 바로그때 어디선가 고요와적막을 깨는 오토바이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모습... 할부지였다 할무이 돌아가시고 팔십넘은 노인네가 부득부득 우겨 사신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었다. 왜 그랬는진 나도 잘 모르겠다. 할부진 오토바이를 타고 와선 그 철제 의자에 털썩 앉으셨다 그러더니 후두암으로 성대 제거 수술을 해서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중얼 중얼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할멈 오늘 아 글쎄 이런 일이 있었어... 내가 그래서 이렇게 했는데 말여..." 간혹 웃기도 하시면서, 그렇게 한30분을 한참을 애기하시더니 기지개를 한번 펴시고는 오토바이를 다시 끌고 내려가셨다. 난 주저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낮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시는 할부지의 뒷모습을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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