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외출할 일이 생겨 서두르다가 큰며느리의 친정 아버지 생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선물을 사기도 어렵고 며느리가 친정에 갈 때 적당한 선물을 사가지고 가게 하면 되겠다 싶어 봉투에다 약간의 돈을 넣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불쑥 찾아가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 단잠을 깨울 것만 같아 망설이다가 며느리를 동네 입구로 불러내어 전해주고 싶었다. 몇 번이나 다이얼을 돌렸는데도 받지를 않았다. 마음은 급하고 하는 수 없이 아들네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벨을 눌렀더니 “누구세요?”하는 며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문을 열어 주는 사람은 잠에서 덜 깬 듯한 아들아이 였다. 들어오라고 했지만 밖으로 나오게 해서 봉투만 전해주고 돌아섰다. 전화도 없이 불쑥 찾아간 것이 그리도 못마땅했을까? 주책스런 시어머니라고 인사조차 하기 싫었던가? 하필이면 왜 자는 사람을 깨워서 문을 열라고 하였 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범벅이 되어 마음을 어지럽혔다. 좀 처연한 기분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등 뒤에서 “어머니!” 하고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큰며느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머니, 그토록 마음 안 쓰셔도 되는데요.” 하며, 머리를 감던 중이라서 남편에게 문을 열게 했다는 것이다. 머리는 물기에 젖어 있었고, 한여름에나 입을 수 있는 티셔츠를 입은 채 비를 맞고 있었다. “감기 들겠다. 어서 들어가거라.” 하며 비를 맞으면서까지 나온 것을 나무 라고 돌려보냈다. 돌아서서 발길을 옮기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잠시나마 오해했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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