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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숨은 코스

털보아찌 2008. 9. 26. 19:43


 
[사진설명-고당봉 가는 길 중에 이처럼 한적한 길이 또 있을까. 봉긋 솟은 고당봉 옆으로 멋들어진 바위절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리 만나도 싫증나지 않는다. 산도 마찬가지다. 몇번이나 올랐음에도 다시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 부산 사람들에게 금정산은 ‘연인’같은 산이다.

지난 주말에도 금정산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고당봉 정상에서는 아예 발딛기조차 힘들 지경. 그러다 보니 금정산을 오를 때면 한번쯤 ‘한적한 산길이 없을까’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근교산 취재팀도 금정산에서 신선한 코스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번주 취재팀은 보석처럼 아껴놓았던 금정산 숨은 산길을 풀어놓는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촌지역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면 이 길을 따라 금정산으로 떠나보자.

산행은 부산시 북구 화명동에서 시작한다. 산행구간은 ‘도시화명 그린아파트~윤씨 문중묘~체육공원~남근석~494�봉~제2금샘~미륵사~711�봉~금정산 고당봉(801.5�)~금샘~철탑~미륵불~장군평원~계명봉~양산시 녹동’. 이 코스의 매력은 조용한 숲길과 풍부한 볼거리다. 교통편도 좋고 산행 도중 물을 보충할 수도 있다. 또 길이 뚜렷해 초보자도 어려움이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산행은 부부산행, 실버산행, 혹은 주말을 이용한 단체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총산행 시간은 6시간 정도.

지하철 2호선 화명역에서 내린다. 4번 출구 ‘화명초등학교, 금곡 방면’으로 나온 뒤 인도를 따라 화신중학교, 북구보건소를 지난다. 삼거리인 황토대중탕 앞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경남아파트 입구로 가는 도로다. 도로를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도시화명 그린아파트가 나온다. 이 아파트 입구를 지나 100여�쯤 들어간다. 왼편에 쓰레기소각장이 나타나고 그 옆길에 철망문이 있다. 이곳이 들머리다.

산길을 따라 50여� 오르면 양지바른 곳에 터잡은 윤씨 문중묘가 눈에 들어온다. 묘의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린다. 5분 가량 고개를 오르면 삼거리다. 이곳이 중요부분. 삼거리에서는 반드시 왼쪽 오르막으로 틀어야 한다. 능선을 타기 위해서다.

얼마 오르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심산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이 곳은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깊은 산자락이었다. 체육공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삼거리다. 오르막인 오른쪽이 가야할 길.

서서히 바위전망대가 고개를 내민다. 김해평야를 끼고 낙동강이 구비치는 모습이 선명하다. 철탑을 지나자마자 흥미로운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길 왼쪽에 높이 2.5� 가량의 남근석이 서 있다.

둥글둥글한 바위봉들도 잇따라 나타난다. 잘 다듬은 몽돌을 산으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다. 사거리에 닿으면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으로 가야 고당봉으로 갈 수 있다.

조붓하던 길은 또다른 철탑을 지나면서 넓어지기 시작한다. 좌우로 수풀이 우거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삼거리에서 이정표를 만난다. 고당봉으로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이정표 맞은 편 바위에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숨어 있다. 바위봉 위에 살짝 팬 구멍에 샘물이 고여 있는 것이 영락 없는 금샘이다. 산행객 중 누군가가 이정표에다 ‘제2 금샘’ 이라는 글을 새겨 놓았다.
 
[사진설명-남근석을 발견한 취재팀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20여분 정도 길을 이으면 경사 급한 비탈길이 시작된다. 비탈길은 20여분간 정신 없이 올라간다. 경사가 잦아지는가 싶더니 정면으로 고당봉이 우뚝 서 있다. 삼각점이 있는 이곳이 494�봉이다.

가르마를 타듯 좌우로 수풀이 도열한 길이 10여분간 이어진다.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내려닿는 길이 있다. 물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절대 이 곳을 놓쳐서는 안된다. 내리막을 따라 5분 정도 내려가면 미륵암이 있기 때문이다. 미륵암에서 필요한 물을 보충하도록 한다.

미륵암에서 되돌아 나와 계속해서 길을 잇는다. 이 길은 금정산성 길이다. 곳곳에 산성벽의 흔적이 눈에 띈다. 711�봉을 지나면 고당봉 남쪽 바위 비탈이다. 정상까지 10분이면 충분하다.

고당봉은 부산의 최고봉 답게 그 전망이 출중하다. 동으로 대운산 철마산 장산이 얼기설기 얽혀 있고 남으로는 백양산 승학산이 몰운대로 흘러 들어간다. 서쪽으로는 신어산 무척산 토곡산이 낙동강을 따라 이어가고 북쪽으로는 장군봉 천성산 영남알프스가 끝없이 올라간다.

하산은 북동 방향이다. 고당봉 정상석을 지나 돌무더기가 있는 반석을 가로지른다. 아래로 뚝 떨어지므로 보조로프를 이용하도록 한다. 철쭉과 떡갈나무가 우거진 산길이 시작된다. 길이 여러갈래로 갈라지지만 결국은 한곳에서 만난다. 북동쪽 능선을 따라가면 로프가 내려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금샘은 그 너머에 있다.

금샘에는 하늘서 내려온 금어(金魚)가 노닌다는 전설이 있다. 금정산(金井山), 범어사(梵魚寺)는 금샘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금샘에서 돌아나오면 길 찾기에 조심해야 한다. 계명봉으로 이어가는 길이니 절대 내리막을 타서는 안된다. 금샘에서 돌아와 왼쪽 사잇길로 파고든다. 산허리를 돌아 500여� 나가면 철탑이 보인다. 이 철탑이 다음 구간을 이어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철탑 옆으로 흘러내리는 임도는 범어사 쪽으로 간다. 임도를 건너 오솔길로 들어간다. 잣나무 조림지에는 아름드리 잣나무가 수백그루 자라고 있다.

이 길을 따라 10여분 가면 사거리다. 사거리에는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따라 왼쪽으로 100여� 내려가면 12� 높이의 암벽에 음각된 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이 마애불은 통일신라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지방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마애불에서 되돌아 올라와 가던 길을 재촉한다.
 
오솔길이 휘어지는 지점에서 장군봉이 당당히 그 자태를 드러낸다. 내리막을 따라가면 시원한 숲길이 계속된다. 내리막에서 곧바로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르막 끄트머리에는 장군평원이 기다리고 있다. 장군평원은 마치 대관령에 있는 대규모 목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넓고 푸르다.

동쪽으로 소담스럽게 치켜세운 봉우리가 계명봉이다. 삼각형 고깔을 씌운 듯 뾰족 솟아 있어 오르기가 만만치는 않게 보인다. 계명봉을 바라보며 동쪽으로 하산한다. 20여분 내려오면 임도다. 임도를 50여� 따라가다 왼쪽의 좁은 길로 떨어진다. 십자길 사거리 안부를 만나면 직진해 급한 오르막을 치고 오른다.

계명봉 정상까지는 20여분 걸린다. 이곳은 금정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을 가지고 있다. 의상봉에서 고당봉으로 치맛자락 같은 주능선이 이어지고, 그 아래 범어사가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계명봉에서 하산은 북쪽 내리막이다. 범어사를 바라볼 때 그 너머 고을로 떨어지는 셈이다. 능선과 초원지대를 지나 40여분 가량 내려가면 양산과 범어사를 잇는 국도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