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마릿수 많고 낚기 쉬운 연중 최고 시즌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감성돔의 위세에 눌려 벵에돔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는 잡어취급을 받았을 정도.
하지만 최근엔 벵에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감성돔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부터 벵에돔만 노리고 출조하는 꾼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낚시기법이나 장비도 속속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가을은 벵에돔낚시를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비록 잡어떼가 엄청나게 설쳐대긴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벵에돔도 활성이 높아 잡어떼를 뚫고 활발하게 입질을 한다. 게다가 벵에돔낚시는 낚시 경험이 많지 않은 꾼이라 할지라도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고 감성돔에 비해 월등히 풍성한 조과를 보장받을 수 있어 더 없이 좋다.
하지만 가을 벵에돔낚시는 다른 계절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각자의 개성대로 낚시를 해도 어느 정도의 조과는 얻을 수 있으나 제대로 알고 공략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중요한 몇가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한발 더 깊은 곳에서 논다
상식적으로 볼때 가을은 물고기들을 활성도 높은 계절이다. 벵에돔 역시 활성도가 매우 높아져 수면 가까이 떠 올라 먹이활동을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실제론 다른 계절에 비해 더 깊은 곳에서 생활한다. 아무리 밑밥을 뿌려도 여간해서는 수면 가까이 부상하지 않는다.
다만 입질은 더 시원스러워 꾼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그러므로 목줄에 봉돌을 전혀 달지 않은 제로찌 채비보다는 좁쌀봉돌을 하나 정도 달아 약간 더 깊은 수심을 노리는 게 유리할 때가 많다.
하지만 채비가 둔해져서는 안된다. B 정도의 부력을 가진 찌를 쓰고 좁쌀 봉돌을 물렸다는 것 말고는 제로찌 채비와 다른 점이 없을수록 효과가 좋다.
아무리 가을이라고 해도 벵에돔이 저항을 느낄 정도의 채비는 위력이 없다.
봄철보다 채비는 약간 무겁게, 하지만 잔존부력은 없애 이물감은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게 가을 벵에돔낚시의 키포인트다.
가는 원줄 위력 발휘
아무리 벵에돔이 수면 가까이 떠 먹이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봄부터 써 왔던 제로찌를 고집하는 꾼이라면 가을엔 평소보다 한단계 이상 가는 원줄을 쓰는 게 좋다.
원줄이 너무 두꺼우면 채비가 잘 내려가지 않아 목줄 길이보다 깊은 곳에서 활동하는 벵에돔은 공략하기 어렵다. 또한 원줄이 약간만 꼬이거나 접혀 곧게 펴지지 않아도 밑채비가 벵에돔이 먹이활동을 하는 수심층까지 내려가지 않아 곤란을 겪기 쉽다. 이런 현상은 구경이 큰 구멍찌를 쓰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론 가는 원줄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원줄을 너무 가늘게 쓰면 벵에돔을 제압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목줄만 어느 정도 튼튼하게 쓰면 원줄은 가늘어도 얼마든지 벵에돔과의 한판 승부를 겨룰 수 있다. 당황하지만 않으면 40㎝급 정도는 2호 원줄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편, 벵에돔낚시에선 잠길낚시를 구사하지 않는 한 물에 뜨는 타입의 원줄이 쓰기 편하다. 중층 이상 가라앉는 원줄은 찌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채비를 조작하는데도 불편해 적합하지 않다.
빵가루에만 집착하지 마라
벵에돔 제로찌낚시가 활기를 띄면서 빵가루가 덩달아 인기를 누렸다. 크릴과 섞어 밑밥으로 쓰이는 빵가루는 제로찌 채비와 밑밥의 동조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이다. 그러나 가을철엔 빵가루보단 오히려 약간 빠르게 가라앉는 벵에돔전용 집어제를 쓰는 게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채비를 조금 더 빨리 그리고 깊게 내려 보내는 낚시를 구사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채비는 빠르게 내려가는데 밑밥이 너무 천천히 내려가면 밑밥과 미끼의 동조가 힘들어 입질 빈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만약 빵가루만 쓰고 싶다면 미리 물에 불려 조금 빨리 가라앉도록 하는 게 좋다. 또한 밑밥을 뿌린 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 채비를 던지는 낚시를 구사해야 원활하게 미끼와 밑밥을 동조시킬 수 있어 가벼운 밑밥을 쓰더라도 실패가 없다.
발밑보단 지류대를 공략하라
벵에돔 낚시에선 발밑 공략이 기본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발밑만 꾸준히 공략해도 얼마든지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을철엔 발밑 뿐 아니라 지류대가 흘러나가는 약간 먼곳도 노려볼 필요가 있다. 다른 계절에 비해 조류가 빠르게 흐르는 곳에서 벵에돔이 잘 낚일 뿐 아니라 씨알도 굵다.
감성돔을 노리는 채비에도 벵에돔이 수시로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간 먼곳을 노릴 때의 채비는 B∼3B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소형 막대찌와 던질찌를 결합한 채비도 유용하게 쓰인다.
한가지 유의할 것은 이때도 밑밥은 지속적으로 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벵에돔의 활성이 높아도 밑밥을 뿌려주지 않으면 기껏해야 낱마리 조과에 그칠 뿐이다.
벵에돔은 활성도가 높을 때 먹이를 찾아 상하좌우 종횡무진 움직인다. 밑밥과 미끼가 제대로 동조되지 않고 다소 거리가 떨어져도 먹이를 스스로 찾아다니므로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찌밑수심이 적당하지 않더라도 입질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벵에돔의 활동영역은 무척 넓다. 수면 가까운 곳의 밑밥을 먹기 위해 거의 일직선으로 떠올라 밑밥을 덮치듯 먹고 몸을 틀어 바닥으로 내려간다. 봉돌이나 목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시선은 항상 수면에 뿌려지는 밑밥을 향해 고정돼 있다.
그러나 활성도가 낮을 때는 복지부동이다. 움직임이 매우 둔화되며 밑밥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 밑밥에 접근했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덮치는 일은 거의 없으며 한마리 한마리 음미하듯 먹는다. 움직이는 범위나 스피드가 극도로 위축돼 일정한 수심층 이상으로는 절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수심층에 밑밥이 닿아도 흥분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밑밥을 기다리기 위해 위를 향해 시선을 두는 경우도 별로 없다. 이처럼 시선이 거의 수평방향을 보므로 밑밥 속에 있는 미끼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하곤 한다.
그렇다면 활성도가 낮은 벵에돔은 어떻게 낚아야 할까? 미끼가 좀더 자연스럽게 보여야 입질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는 목줄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활성도가 낮을 때의 벵에돔낚시는 찌밑수심이 중요하다. 아무리 입질이 약아도 미끼가 벵에돔 있는 곳을 지나도록 하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목줄 굵기는 그 다음 문제다.
예를 들어 수심 3발정도 되는 곳에 벵에돔이 있다고 했을 때 찌밑수심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3발 전후로 조절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찌밑수심은 채비가 수직으로 섰을 때를 말하는 게 아니다. 미끼가 벵에돔이 노는 수심층에 닿기 위해서는 채비가 조류에 밀려 비스듬히 흐른다는 것까지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럼 큰 봉돌을 달아 찌에서 바늘까지 수직으로 서게 하면 어떨까? 미끼는 벵에돔이 있는 수심에 닿을지 모르지만 밑밥과 동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수직으로 선 목줄이 벵에돔 눈에 잘 띈다는 단점도 있다.
이럴 때는 찌밑수심을 원하는 수심보다 반발에서 한발 정도 더 깊게 주고 때때로 찌의 흐름에 제동을 걸며 흘리는 방법이 제일이다. 그러면 채비를 밑밥과 동조시키기도 쉬울 뿐 아니라 목줄이 비스듬한 상태를 유지하게 돼 벵에돔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목줄을 인식하지 않게 되므로 다소 굵은 목줄을 사용해도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채비 흘리는 방법을 연구하자
채비 흘리는 방법을 잘 연구하면 찌밑수심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채비를 밑밥 투여지점 앞쪽에 던진 다음 뒷줄을 견제하면서 천천히 흘리면 목줄이 비스듬히 흐르므로 찌밑수심이 얕아진다.
밑밥을 뿌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방법으로 채비를 흘리면 미끼와 밑밥이 같은 수심층을 흐르면서 동조된다.
잠시후 밑밥이 어느정도 가라앉았다면 찌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수면 조류에 맞춰 흘리면 채비가 수직에 가깝게 서면서 찌밑수심이 깊어진다.
이런 방법을 잘 이용하면 찌를 원줄에 고정한 고정채비로도 밑밥과 미끼가 동조돼 흐르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입질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찌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미끼와 밑밥을 일치시키며 흘릴 수 있어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
벵에돔이 깊은 곳에 있다면 봉돌을 이용해 깊은 곳까지 미끼를 보내야 한다. 이때 의식적으로 찌의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멈추게 하는 등의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 어쨌거나 미끼가 자연스럽게 움직일수록 입질 빈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는 목줄를 사용하면 미끼가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가라앉으므로 더욱 자연스런 움직임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채비를 견제하지 않고 마냥 흘리기만 한다면 목줄 모양도 부자연스럽고 밑밥과도 동조되지 않는다. 가는 목줄을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입질이 좋아진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입질 빈도는 채비를 어떻게 흘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가는 낚싯줄의 유혹에서 벗어나자
똑같은 방법으로 채비를 흘린다면 가는 목줄을 사용할 때 더욱 자주 입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질을 자주 받는 것과 벵에돔을 많이 낚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대형 벵에돔을 낚기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은 가능한 한 굵은 목줄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질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가는 목줄을 선택해 버린다.
‘가늘게 하면 낚인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자. 이렇게 해서 입질을 받아봤자 터트리고 나면 허사다. 가는 목줄로 굵은 벵에돔을 낚는 것도 테크닉이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낚싯대와 릴이라는 보조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짜 테크닉은 굵은 목줄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입질을 유도하는 것이다.
장비만 좋다면 가는 목줄로도 큰 노력 없이 벵에돔을 낚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한 굵은 목줄은 대물과의 일전에서 큰 열매를 선물한다.
입질 비결은 당김과 유인이다
굵은 목줄로 벵에돔을 낚기 위해서는 많은 악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채비 흘리는 방법에 숙달되기만 하면 그런 어려움쯤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굵은 목줄을 사용한 채비를 자연스럽게 흘리기 위해서는 찌밑수심을 평소보다 조금 깊게 설정하는 게 좋다. 또한 채비가 바닥층을 흐르는 밑밥과 같은 속도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 수시로 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목줄이 경사를 이루도록 하면 굵은 목줄의 일차적인 단점을 제거할 수 있다. 찌밑수심을 평소보다 깊게 설정하는 이유는 미끼가 비스듬히 떠오른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채비를 흘릴 때는 밑밥이 가라앉으면서 흐르는 속도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미끼가 밑밥띠를 벗어났다고 생각되면 곧 찌를 당겨 흐름을 멈춰줘야 한다. 이렇게 채비를 당기는 동작은 밑밥 동조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미끼에 움직임을 주는 효과도 있다. 미끼의 움직임은 그 자체가 훌륭한 유인동작이 아닐 수 없다.
당김은 유인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입질로 연결된다. 여기서 목줄 굵기 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대형 벵에돔을 낚는 테크닉은 목줄 굵기가 아니라 당김기술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