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찌낚시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아마도 테크닉에 관해서일 것이다. 그 중에는 ‘어떻게 하면 나도 감성돔이나 벵에돔 같은 고급어종을 많이 낚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각종 고급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초급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알아야 하는 사항은 테크닉이 아니라 기초다. 기초를 모르면 고급 테크닉을 본다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고, 또 그것을 배운다 해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없다. 릴 찌낚시에 쉽게 숙달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사항들을 점검해 본다.
1. 목줄을 아끼지 말라
초급자들은 낚싯줄을 무척이나 아끼는 경향이 강하다. 목줄을 한번 매면 그 날 낚시가 끝날 때까지 사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낚싯대에 감아두었다가 다음 출조 때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목줄에 작은 흠이 난 것쯤은 무시하기 일수다. 아니, 흠이 난 줄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래 놓고 고기를 걸었다가 행여 목줄이라도 끊어지면 엄청난 대물을 터트렸다고 안타까워한다. 이처럼 목줄을 터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아예 처음부터 굵은 목줄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작은 흠에 신경 쓰는 것이 귀찮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하루종일 입질을 받지 못하고는, 재 보지도 않은 수온 탓을 하기 일쑤다. 초급자들은 낚시 도중 수시로 목줄의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채비를 거둬들일 때마다 한번씩 손으로 쓱 ?어보면 매끄럽지 못하고 거칠어진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이상이 있다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바늘 부근에 이상이 있으면 그 부분을 잘라내고 바늘을 새로 묶으면 된다. 하지만 중간 이상 되는 부분에 이상이 있으면 목줄을 아예 새로 갈아줘야 한다. 목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대물 입질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얼마 되지 않는 목줄을 아끼다가 어쩌다 한번 만나는 대물을 놓친다면 그 얼마나 손해인가?
2. 원줄도 아끼지 말라
낚싯줄은 낚시 도중 가장 많이 소모되는 용품이다. 특히 목줄은 하루에도 몇 번 씩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줄 역시 몇 번 쓰고 나면 새로 갈아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소모품으로 봐야 한다. 초급자들은 릴에 원줄을 한번 감으면 몇 달이고 계속 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몇 년씩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겉보기에 아직 멀쩡하다는 이유로 새로 바꿀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줄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손상된다. 이렇게 손상된 원줄은 대물을 걸었을 때 의외로 허탈하게 끊어지는 원인이 된다. 대물과 겨루다가 원줄이 끊어지는 현상은 거의 다 원줄이 오래됐기 때문에 생긴다. 그렇지 않다면 목줄보다 굵고 잘 늘어나는 원줄이 끊어질 리 없다.
밑걸림이 생겼을 때, 원줄이 끊어져 찌를 날려먹은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역시 원줄이 약해졌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불과 기만원 주면 바꿀 수 있는 원줄을 갈아주지 않아, 모처럼의 대물을 터트려 먹고, 그 비싼 찌를 날려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원줄은 자주 바꿔줘야 하는 소모품이다.
3. 낚싯대를 아끼지 말라
낚싯대 부러질까 겁내는 사람이 많다. 물고기가 조금만 힘을 써도 원줄을 술술 풀어주고, 낚싯대에 걸리는 힘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런 사람은 낚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고기가 당기는 대로 원줄을 풀어줬다가는 물고기의 힘이 좀처럼 빠지지 않아 쉽사리 승부를 낼 수 없다. 또한 수중여에 목줄이나 원줄이 쓸려 끊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낚싯대를 세우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낚싯대는 꼿꼿이 세웠을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탄력을 발휘한다. 이 상태만 유지하고 있어도 물고기의 힘은 자동으로 빠지게 된다. 승부를 훨씬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까짓 낚싯대 부러지면 어떤가?
한번 독하게 마음먹고 낚싯대를 꼿꼿이 세우고 버텨보자. 최후까지 릴의 레버를 잡고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만 원줄을 풀어주자. 아마도 자신의 낚싯대가 이토록 강했는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낚싯대는 생각처럼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자세만 유지해도 어쩌다 한번씩 겪게되는 대물과의 승부를 자신의 승리로 이끌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이렇게 승부하다가 낚싯대가 부러지더라도 손해볼 것은 없다. 그 전에 이 방법으로 대물 한두마리 만이라도 낚았다면 이미 수리비에 들어갈 비용은 다 뽑아먹은 후일 테니까 말이다. 출조비용과 수리비용을 계산해 보면 어떤 것이 이익인지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러는 도중에 부쩍 자란 자신의 실력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있다.
4. 밑밥을 아끼지 말라
밑밥은 바다낚시, 특히 릴 찌낚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밑밥이 하는 역할도 그렇고, 출조비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그렇다. 초급자들은 이 밑밥에 드는 비용을 아끼는 경향이 많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것인데, 굳이 돈을 많이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밑밥을 충분히 준비한다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초급자들의 경우 철수할 때까지 자신의 밑밥을 다 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빈작을 면치 못한 경우가 많다. 조황이 시원찮을수록 밑밥을 빨리 소모하는 것이 정상이다. 입질이 계속된다면 굳이 많은 밑밥을 뿌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초급자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입질이 없으면 밑밥도 아끼는 것이다. 만약 최소한의 밑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밑밥을 조금만 준비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문꾼 일수록 밑밥을 더 많이 사용한다. 다시 말하면 낚시를 아무리 잘해도 밑밥은 필요한 것이며, 그 필요성은 전문꾼 일수록 더 느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조금 심한 말이지만 초급자들은 그런 실력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훨씬 많은 밑밥을 준비해야만 한다. 초급자가 밑밥을 아끼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는 낚시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5. 소품을 아끼지 말라
릴 찌낚시를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소품이 필요하다. 이 소품들은 대부분 재사용할 수 있지만, 수명이 매우 짧은 소모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초급자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소품의 사용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도래는 조금만 이상해도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구멍 부분에 사출 지꺼기가 있는 찌멈춤 구슬은 원줄에 끼워서는 안 된다. 좁쌀봉돌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달고 붙이기를 반복해야 하며, 바늘은 끝이 무뎌지면 즉시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릴 찌낚시용 소품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늘이다. 바늘은 낚시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소품이다. 아무리 낚싯줄이 좋고 낚싯대가 튼튼해도 바늘에 문제가 있으면 대물을 낚아내기 어렵다. 굳이 비싼 바늘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바늘은 즉시 바꿔줘야 한다. 바닥에 걸렸던 채비를 회수해 보면 바늘 끝이 휘어지거나 뭉툭해지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바늘 각도가 조금 펴지는 현상도 자주 일어난다. 이럴 때는 망설일 것 없이 새 바늘로 바꿔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물의 입질이 왔을 때 바늘이 제대로 입에 박히지 않아 놓치게 되거나, 바늘이 쭉 펴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몇푼 안 되는 바늘 한개 때문에 수많은 투자 끝에 찾아온 대물 입질을 허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6. 시간을 아끼지 말라
조금 역설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초급자들은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낚시를 조금 덜하더라도, 낚시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급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채비교환을 무척이나 망설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채비를 교환할 때 들어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럴 수도 있고, 채비교환에 자신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초급자들은 한번 채비를 교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자연히 채비교환을 게을리 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시간은 아껴도 채비교환에 드는 시간은 아껴서는 안 된다. 그 시간이 아까워서 채비를 바꿔주지 않으면 좋은 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채비를 바꿔야겠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또 초급자들은 갯바위에 도착하면 채비부터 펴기 바쁘다. 이제 막 낚시에 재미를 붙이는 시점이라, 바다만 보면 채비를 던지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낚시를 시작하기 전에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낚시 도중 곤란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 또 좀더 효율적인 낚시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갯바위에 내리면 채비를 펴기 전에 그곳 지형과 조류부터 살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가장 좋은 자리를 선택한 다음 그곳으로 장비를 들고 가서 채비를 꾸려야 한다. 이때 뜰채와 살림망을 비롯한 각종 지원장비들을 모두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시간이 아까워 그냥 낚시를 시작하면, 결국 후회할 일만 남는 다는 것을 잊지 말자.
7. 집에서 연습하라
초급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채비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찌를 써야 할 지, 봉돌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는 책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도래나 바늘을 묶는 일은 그럴 수 없다. 초급자들이 채비를 만들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묶음법이라는 것은, 잘못하면 기껏 입질을 받았다가도 허사를 만들어버릴 만큼 중요한 사항이면서도,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자 돌이켜 보자. 낚시 도중 바늘을 몇 번이나 묶을까? 한번 출조에서 10번을 묶는다고 생각할 때, 일주일에 한번 꼴로 출조하는 사람은 한달에 40번 정도 바늘을 묶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을 집에서 연습한다고 생각해보자. 한번 묶는데 2분이 걸린다고 계산할 때 40번 묶는 데는 한시간 20분이면 충분하다. 불과 한시간여만에 한달 동안 출조하면서 바늘을 묶는 것과 같은 양을 연습할 수 있다. 게다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는 연습이기 때문에 숙달되는 정도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이런 연습을 하루에 30분씩, 일주일만 하면 어떤 전문꾼 못지 않은 묶음 실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묶음법에 자신 있으면 유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자기 채비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다. ‘혹시 바늘 부위가 풀어지지나 않을까? 도래 묶음이 부실했는데 끊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물과 승부를 펼칠 때에도 훨씬 안정감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채비를 교환할 때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채비교환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인 낚시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집에서 잠시 시간을 내 연습하는 것만으로, 이처럼 낚시 실력을 빨리, 그리고 확실하면서도 간단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
오늘 당장 시작해 보자.
8. 한마리 낚고 흥분하지 말라
초급자가 씨알 좋은 감성돔이나 벵에돔을 낚았을 때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흥분까지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 초급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한마리 낚아낸 후 흥분해서 실수하는 경우다. ‘손이 떨린다’거나, ‘담배를 피워 물고서야 뛰는 가슴이 진정됐다’는 표현들이 이런 흥분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흥분을 하면 미끼가 잘 꿰지지 않는다거나, 묶음이 제대로 안 된다는 문제가 나타난다. 채비를 바꾸거나 던지다가 초릿대를 부러뜨려 먹는다든지, 채비통을 쏟아먹는 ‘대형사고’도 이럴 때 많이 일어난다. 심한 경우 아예 낚시 의욕을 잃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간 크게 놀자. 한마리의 감성돔이 낚이면 또 다른 감성돔이 그 부근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벵에돔 역시 마찬가지다. 괜히 흥분하면 그 물고기들을 낚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는 것과 같다. 물고기를 낚은 후에는 흥분되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초급자 딱지를 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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