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우산속에
1979년 석래명 감독이 발표한 정통 멜로드라마
<가을비 우산속에>는 그해 8월말에 개봉(서울/단성사, 부산/제일극장)하여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다.
그 시절에는 입장표가 동나면 <全回賣盡謝禮>라는 표시판을 극장앞에 붙였는데,
부산 제일극장에서는 며칠간 <전회매진사례>가 붙어있었다.
석래명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이승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른바 <고교 얄개 시리즈>로 흥행감독 대열에 올랐고,
70년대 후반에는 멜로드라마를 몇편 발표하였는데
이 영화는 그 중에 한편이자, 그가 발표한 멜로드라마 중 최고의 흥행작이다.
첫사랑(정윤희)의 여인과 현재의 아내(김자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자주인공인 화가(신성일)
그리고 그 시대 멜로물에서 빠지지 않았던
“아이를 앞세운 슬픈 모성애”를 그린 그야말로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보여준 멜로 공식에서
한치도 탈피하지 못한 쌍둥이 영화다.
이처럼 1968년에 만들어진 <미워도 다시한번>은
이후 몇십년간 아류작을 만들어내었고,
그 작품들 중에서는 <가을비 우산속에>처럼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이 “미혼모의 눈물”을 보여주는 댓가로
관객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얄팍한 상업영화였다는 기억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영화와 다를 바 없었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인상에 남는 건
최헌의 “가을비 우산속에” 뿐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흘러간 영화를 볼 때면
내용이나 완성도에 상관없이 그 시절 향수에 빠져 들게 된다.
한창시절 <정윤희>의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던 모습,
<최헌>의 애절한 목소리, 대단한 연기파였던 <문정숙>,
70년대의 서울 거리와 설악산 풍경 등 이 영화는 참으로 볼꺼리가 많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과 함께 최헌이 불렀던 주제가는 크게 히트하여,
그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즈음 최헌은 방송사에서 연말에 제정하는 가수상에서
가수왕이 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가을비 우산속에>라는 노래나 제목만큼 영화는 멋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70년대를 생각할 때면 생각나는 영화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