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희[안 개]
나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거리 그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에 그림자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속에 외로히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아 아 그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
안 개
감독: 김수용/주연: 신성일, 윤정희, 이낙훈/제작년도: 1967년
줄거리
폐병을 앓았으며, 병역 기피자였던 윤기준(신성일)은 제약회사 회장 딸과 결혼해 장인 회사의 상무로 재직 중이다.
그러다 실수를 저지른 기준은 잠시 고향인 무진으로 도피한다.
무진은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 고향이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오곤 하던 곳.
이곳은 항상 안개가 끼어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기준은 고향 마을의 음악교사인 하인숙(윤정희)을 만나 잠시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한편 부인으로부터 승진 소식을 전해지자 기준은 아무런 사연도 남기지 않은 채 서울로 떠나오게 되는데...
특징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이 원작. 문예영화로 김수용 감독의 대표작이다.
당대 최고 스타였던 신성일과 신인으로 막 주목을 끌기 시작한 윤정희가 주연을 맡았고,
대종상 감독, 편집, 신인상(윤정희)을 수상했다. 흑백영화,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됐다.
정훈희가 부른 주제곡 ‘안개‘ 가 큰 인기를 끌었다.
김수용 감독과 배우 신성일, 윤정희 그리고 영화 ‘안개’
이들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장식했던 사람들이다.
1960년대 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는 것은 곧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과 같은 그런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그들이 남긴 걸작이 ‘안개’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이 작품을,
어떤 외국인 평론가는 20세기 세계영화에서 원작을 가장 영상으로 잘 표현한 영화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정사’와 함께‘안개‘를 꼽았다.
안개가 가득한 가상의 장소 ’무진’을 배경으로 여자를 도피처로 생각하는
남자주인공 윤기준(신성일)과 남자를 탈출구로 생각하는 여 주인공 하인숙(윤정희)의 심리를
몽환적인 영상과 영상위주의 대사로 탁월하게 표현하였다.
스토리 위주의 영화가 판을 치던 1960년대 한국의 영화판에 이런 전위적인 영화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이채롭고, 당시, 학력수준이 낮았던 소위 ‘고무신 관객’(중년여성)들이 영화의 흥행을 좌우했던 시절에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던 사실도 믿어지지 않는다.
영화 ‘안개’를 더욱 빛나게 만든 건 음악이다.
이봉조 작곡의 ‘안개’는 영화 전편에 흐르며, 정훈희의 노래로도 흐르지만,
재즈 풍으로 편곡하여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은 더욱 놀랄만하다.
원래 ‘안개’는 당시 인기절정의 가수 현미가 취입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혜성처럼 나타난 여고생 가수 정훈희를 키워주자며, 이봉조가 현미를 설득하여 정훈희가 취입,
그녀는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국제가요제에 입상한다.
현대인의 물신주의, 성의 상품화, 도시인의 소외와 고독 등 이런 관념적인 주제를
너무도 아름다운 흑백영상에 담아낸 영화 ‘안개’의 성공에는 김수용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우선이지만,
주인공 신성일과 윤정희의 공로도 크다.
신성일을 “스타”가 아닌 “배우”로 인정하게 된 영화가 ‘안개‘ 이후부터였고,
윤정희는 속물 근성의 시골 여교사 역을 잘 소화하였다.
특히 영화의 도입부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유치찬란한 장면은 혼자보기가 아까울 정도다.
주증녀, 이낙훈, 이빈화 등이 조연들의 연기도 빛나며,
60년대에 만들어진 한국영화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작품이다.
하녀(1960. 김기영 감독), 오발탄(1961. 유현목 감독), 만추(1966. 이만희 감독) 등과 더불어
1960년대 한국의 영화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 ‘안개’를
어느 老감독은 “소설도 걸작” “영화도 걸작” “노래도 걸작”이라고 하셨는데,
무엇보다도 영화 ‘안개’는 필름이 남아있어, 부산국제영화제등 많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고,
여러 경로를 통하여, 현재의 관객들이 볼 수 있음이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다.
(카페 빈채 200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