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에서 풍광이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어딜까.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지만 게 중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상계봉이 아닐까 한다. 돌출된 바위와 함께 기암괴석이 많고 또 그것들이 아름들이 나무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계봉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금정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매혹적인 풍광에 넋을 빼앗기고 만다. 특히 가을이 무르익는 10월쯤 찾으면 바위를 타고 오르는 오색단풍이 가경이다. 그 감동이 지금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금정산 반나절 산행 두번째 산행지는 바로 이 상계봉이다. 봉우리가 위치한 곳은 금정산의 남서자락이다. 고당봉이 금정산 북쪽지대를 호령하는 주봉이라면 상계봉은 남쪽지대를 대표하는 상봉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름과 관련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다. 한정된 지면에 다 설명할 수 없어 간략하게나마 언급한다. 상계봉이란 이름은 고당봉처럼 역사적인 명칭이 아니다. 1910년 이전의 고지도에는 전혀 그런 이름이 없다.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라고 한다. 물론 이 내용도 사료적 뒷받침이 없다. 이후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다가 1997년 6월 부산시 발행 지명총람 제3권 북구편에 비로소 올랐다고 한다. 상계봉으로 지은 이유는 정상 부근에 닭의 벼슬을 닮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정상 부근의 바위가 새벽이 되면 닭 울음 소리와 함께 햇빛을 받아 밝아온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계봉 아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북구 만덕동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상계봉을 불러왔다고 한다. 물론 그 오래전은 50년대쯤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료적인 근거는 없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고 한다. 이는 상계봉이 위치한 곳을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사실 상계봉은 바위 투성이인 봉우리의 특징상 금정구를 제외한 부산의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단순한 봉우리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구,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만덕동에서 보면 하늘로 향해 솟아오른 송곳처럼 당당한 자태다. 그런 봉우리를 두고 이름을 짓지 않는다는 것은 쉬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는 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나오는 상학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학산의 경우 상계봉과 달리 보다 대중화되지 못한 점이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위의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상계봉의 감동은 만덕동 경로로 올라야만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만덕동을 산행 기·종점으로 잡은 이유다. 물론 답사경로 외 다른 등산로도 감동이 그렇게 떨어지진 않는다. 일일이 발품을 팔아 확인했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상계봉을 보다 효과적으로 탐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북구 만덕1동 미리내유치원~쌍학산약수터~상계봉~제1망루~안부사거리~헬기장~석불사~상학초교정문이다. 반나절 산행이라 휴식을 포함해 3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보면 된다. 산행 들머리는 만덕1동 미리내유치원이다. 유치원이 있는 곳은 만덕1동 상학초등교 옆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3호선 만덕역을 통해 연결해 갈 수 있다. 만덕역에 내려 4번 출구로 나가 오른쪽으로 가면 만덕1동자치센터(옛 동사무소)가 있고 그 옆으로 산쪽으로 이어진 이면도로가 있다. 그 길을 따라 오른다. 상학초등학교로 가는 길이다. 10분쯤 오르막길을 오르면 33번 버스종점을 지나 상학초등교 바로 못미친 지점의 사거리에 닿는다. 사거리에 '상학문구'와 '구공문구'가 있어 참고한다.
여기서 정면에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상계봉이다. 이 봉우리로 오르는 길은 여럿 있지만 오늘은 미리내유치원 쪽에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오른다. 그 유치원이 이곳 사거리에서 왼쪽길로 이어져 있다. 왼쪽길로 접어들어 50m쯤 가면 막다른 삼거리를 만나고 그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한솔어린이집 바로 옆인 미리내유치원에 닿게 된다. 이 유치원 정문(초록색)에서 건물을 따라 돌아가는 왼쪽 계단길을 좇아 오르면 산행 들머리다. 사거리에서 정문까지 2분쯤 걸린다.
북구청장 명의의 개발제한구역 표지판 왼쪽의 오름길을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6분쯤 올라가면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안부에 도착한다. 여기서 진행 방향 오른쪽 위의 능선길을 따라가도 되나 일대의 명소인 쌍학산약수터를 빼놓을 순 없다. 식수도 마련할 겸 진행 방향 정면의 아랫길로 향한다. 이정표의 화명동 방향이다. 약수터까지 3분이 걸린다. 이 약수터는 이 일대에서 가장 클 뿐아니라 간이 체육시설도 갖춰져 있어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였다면 본격적인 산길을 올라보자. 약수터에서 상계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약수터와 정자 사이 능선 오름길로 연결되어 있다. 별다른 이정표는 없지만 파란색의 그물망이 비탈을 따라 쳐져 있어 그 그물망을 따라 오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후 석축이 있는 오래된 무덤(갈림길)까지 오름의 능선길을 따르면 된다. 첫번째 무덤까지 7분, 능선길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3분, 다시 석축이 있는 오래된 무덤까지 2분이 더 걸린다.
갈림길이 있는 오래된 무덤 이후 등로는 진행 방향 직진의 능선길이다. 왼쪽 길은 함박봉에서 올라오는 능선으로 갈아타는 사면길이다. 능선길은 외길이지만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점점 가팔라진다. 너럭바위까지 26분, 전망바위까지 4분, 상계봉 직전의 전망바위까지 6분, 정상석이 있는 상계봉까지 2분이 더 걸린다.
럭바위 이후 상계봉까지가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조망이 터지는 것은 물론 갖가지 기암과 괴석들이 널렸다. 더러 오르내릴 수 있고 더러 눈으로밖에 감상할 수 없지만 금정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진경들의 전시장이다. 닭의 볏을 닮았다고도 해서 붙여진 상계봉의 이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광안대교와 그 너머 동해바다, 그리고 낙동강과 김해들녘이 감동의 파노라마인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정상석 옆 바위에 파란색 페인트로 쓴 '금정산 상계봉'의 글씨는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제1망루는 상계봉 정상석 오른쪽으로 난 등로를 따라 가도록 한다. 정상석 뒤쪽보다는 기암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6분쯤 가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만나고 진행 방향 정면(왼쪽)의 능선길을 따르면 4분쯤 걸려 제1망루에 닿는다. 망루는 현재 복원이 되지 않은 채 석축으로만 남아있다. 제1망루에서 등로는 남문 방향이다. 진행 방향 정면(파리봉)의 능선길이 아닌 망루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비탈길로 연결된다. 이 길은 수박샘으로 내려서는 안부사거리에서 기존의 성벽길과 합류한다. 안부사거리까지 5분. 이후 헬기장까지는 진행 방향 정면의 성벽길을 따르면 된다. 헬기장까지 4분 소요.
헬기장에서 등로는 남문 방향의 주능선길을 버리고 만덕 방향으로 난 지능선길을 따르도록 한다. 헬기장에 올라서서 오른쪽 방향이다. 이 길 또한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즐비해 산행하는 묘미가 꽤 깊은 구간이다. '일가바위' '부부바위' '상사(장사)바위' 등이 볼 만하다.
바위 투성이의 상계봉 전체를 가장 가깝고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점은 이 지능선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간간이 만나는 전망바위에 올라 상계봉을 바라보면 속리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쉼터바위인 일가바위(이 바위는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난다)까지 4분, 또 다른 전망바위까지 11분, 능선 턱에 다다라 왼쪽으로 180도 꺾듯이 되돌아가는 느낌으로 찾아가는 석불사까지 15분이 더 걸린다. 예전에 병풍암으로 더 잘 알려졌던 석불사는 근대에 조각됐지만 유려한 솜씨의 마애석불이 유명하다.
석불사 이후 등로는 두 갈래다. 하나는 산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찻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다. 어느 것을 택하든 체육시설이 있는 지점에서 만나 웰빙산책로를 따라가면 산행기점인 상학초교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산길은 석불사를 나와 종루 오른쪽 찻길 아래로 이어진 계단길을 따르면 된다. 체육시설까지 10분쯤 걸린다. 체육시설을 만나면 등로는 화장실 오른쪽으로 열려있다. 이 길은 북구청에서 조성한 웰빙산책로로 편안하면서 부드러워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찻길로 내려간다면 은행나무집에서 체육시설로 들어가 화장실 뒤편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된다. 상학초등교는 웰빙산책로를 20분쯤 걸어 물이 조금 흐르는 지계곡을 건너 올라서자마자 이정표 왼쪽 길로 내려서면 만난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 산행 길잡이
이번에 소개하는 답사 코스는 만덕동을 기점으로 해서 상계봉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그러나 상계봉 오름길은 이 외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는 아마도 덕천동 공동묘지 입구나 화명동 주공아파트단지 또는 대림타운 등을 기점으로 서쪽 함박봉 능선을 거쳐 오르는 긴 능선길일 것이다. 이 길은 대체로 유순한 숲길인데다 곳곳에 쉼터와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특히 해발 500m 부근의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주변의 기암괴석과 함께 낙동강을 바라보는 조망이 기가 막힌다.
또 해발 450m쯤에서 만나는 이정표(상학초교1.3㎞)에서 왼쪽 사면길로 갈 수도 있다. 길을 300m쯤 가다가 오른쪽의 석축길로 올라서면 꽤 넓은 공터가 있는 기도처와 베틀굴이라고도 하는 석굴이 있다. 석굴을 바라보고 왼쪽 위로 오르면 상계봉 정상으로 곧장 올라서게 된다.
또 다른 상계봉 직등 코스가 있다. 상학초교 정문에서 천룡사지 방향으로 계곡길을 따르다 작은 약수터를 조금 지나 왼쪽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만약 119 위치번호 172번을 만났다면 방금 지나친 것으로 보면 된다. 조금 가파르지만 뚜렷한 길을 10여분 오르다 보면 돌계단이 나오고 왼쪽 바위 벼랑 아래에 절터였던 공터도 보인다. 돌계단길은 거대한 암벽 아래를 왼쪽으로 가로질러 답사 경로를 만날 때까지 계속되는데 상계봉을 정남쪽에서 바로 오르는 길로서 이 또한 상계봉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또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도 있다. 먼저 상학초교를 출발, 천룡사약수터에 들렀다가 주능선 안부와 제1망루를 거쳐 상계봉에 오르는 길로 도중에 식수를 구할 곳도 있고 완만한 계곡 숲길로 가족과 함께해도 부담이 없는 코스다.
또 상계봉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긴 계곡인 와석골에도 화명동 유림아파트 뒤로 등산로가 있지만 현재 휴식년제에 묶여 입산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등산객들은 그린힐아파트 101동 옆의 출입계단길에서 능선으로 올라 임도를 만나면 왼쪽으로 따라 내려가다 119 위치번호 19-4에서 물길을 건너 오르기도 한다.
아무튼 상계봉 주변을 제대로 보려면 코스를 바꿔가며 적어도 5번 이상은 오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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