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도 부산 즐기기 ★/부산 근교산

금정산 파리봉

털보아찌 2008. 9. 26. 06:33

바람 맛이 한결 뽀송뽀송해진 9월이다. 따가운 햇살도 외려 살갑다. 그 덕분인지 만발한 야생화가 천지에 난리다. 바야흐로 다시 맞는 산행의 계절이다. 하지만 또다시 마음만 달뜬다. 산행하기 좋은 만큼 일상은 더 바빠지는 법. 더구나 올해는 이른 추석까지 끼어 있지 않은가. 시간 내기는 언감생심이다. 혹 기회가 닿아 산에 갈 수 있다손치더라도 '벌초·성묘 체증'으로 길가에 뿌려지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게 사실이다. 이럴 때 도심의 산을 찾아보면 어떨까. 우선 가깝고, 그러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또 잘 알려진 산이다보니 준비할 것도 많지 않다. 물론 신선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꽉꽉 막힌 고속도로 버스 속에 갇혀 짜증내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부산엔 금정산이 있다. 부산의 진산이자 천혜의 명산인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바로 그곳을 찾는다면 빠듯한 9월이라도 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산&산 팀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반나절 산행을 기획했다. 3차례쯤 실을 예정이다. 독자의 산행 경험에 따라 진부할 수도, 더러 생소할 수도 있겠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해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개념도다. 잘 알다시피 금정산은 걷고 있어도 또 그 옆에 새로운 산길이 만들어지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그 많은 산길을 다 표시할 수는 없다. 대신 샛길 이상 뚜렷한 길은 가능한 한 표시토록 하겠다. 잘 활용해서 틈새 산행 이상의 효과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금정산 파리봉(615m) 코스다. 파리란 이름은 불교의 일곱 가지 보물 중 하나인 수정을 말한다. 산정의 기암괴석이 아침 햇살을 받으면 영롱한 유리알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많이 통용되지는 않지만 파류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옛날 망루를 지키는 별장을 파군한다고 해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산성마을에서 봤을 때 서쪽(화명동) 능선 위에 성채처럼 솟아오른 돌무더기 암봉이 파리봉이다.

코스는 이 파리봉을 서쪽인 화명동에서 올라 정상을 밟은 뒤 산성을 따라 남쪽의 제1망루로 가서 그곳에서 다시 화명동으로 뻗어 내린 능선을 타고 되돌아가는 경로다. 산행시간은 휴식을 포함하면 3시간30분쯤 된다.

사실 이 코스는 반나절 산행을 위해 기획했지만 답사를 하는 과정에서 아주 특별한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 비밀을 알고 산행한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기대한다.

비밀의 열쇠는 화명동에 있다. 그 유래를 알면 이 산행은 더욱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다. 화명(華明)은 화산(華山)의 명당(明堂)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화산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취재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늦었지만 아래와 같은 비밀 하나를 가슴에 담게 되었다.

화산은 화명동에서 봤을 때 화명정수장과 북부산전력사업소 뒤편의 암벽 등으로 둘러싸인 산봉이다. 이는 1998년 부산북구청 발행 북구향토지(59p)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향토지 상임편찬위원을 역임한 낙동문화원 백이성 원장(62)이 이를 일러줬고 또 몸소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시켜줬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북구청이나 낙동문화원(051-364-2710)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어쨌든 이번 취재를 계기로 어렴풋 했던 화산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나름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부산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북구 화명동 화명정수장은 지하철 화명역 2번 출구로 연결된다. 역에서 올라와 정면으로 조금 가면 와석교차로다. 그기서 왼쪽으로 130도쯤 꺾이는 도로를 따라가면 도로 끝에 정수장이 있다.

파리봉 코스 들머리는 정수장 정문에서 오른쪽 위로 난 도로로 연결된다. 조금만 올라가면 정수장 끝지점에 다다르고 그기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농로 수준의 흙길을 볼 수 있다. 바로 들머리다. 이 길은 원래 화명산기도원까지 이어지는 시멘트 찻길이었는데 너무 오래되다 보니 흙길로 바뀌어졌다. 북부산전력사업소 담장과 맞대있는 제법 큰 규모의 시멘트 수로가 그 흙길과 나란히 가고 있어 참고가 된다.

산행은 흙길을 따라 가면서 시작된다. 화장실과 화명배드민턴장 입간판을 지나 만나는 119위치번호 '211' 푯말까지 10분, 물길과 체육시설을 지나 만나는 화명산기도원까지 다시 11분이 더 걸린다.

화명산기도원에서의 등로는 기도원 앞 왼쪽의 등산로 표시 산길을 따라도 되고 기도원 쪽으로 조금 더 가서 만나는 왼쪽의 산자락을 이어가도 괜찮다. 이후 등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 패고 넓혀진 도심 산의 전형적인 산길이다. 그대로 쫓으면 20분쯤 걸려 간이체육시설과 채소밭 등을 지나 이정표삼거리(파리봉·어름골 방향 표시)에 닿는다. 경사가 거의 없고 길 찾는 어려움도 없어 '널널산행'이 가능한 구간이다.

이정표삼거리 이후 등로는 신경을 써야한다. 진행 방향 정면의 파리봉 방향으로 가야하지만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산행의 향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은 파리봉을 암릉으로 직등하는 길로 연결된다. 이 길로 가면 파리봉의 위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고 또 아찔한 체험을 할 수 있지만 조금은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대신 오른쪽 길은 암봉을 구경하며 지나가기 때문에 스릴은 반감되지만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초보자의 경우나 눈비가 올 땐 당연히 오른쪽 길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갈림길의 위치가 별다른 특징이 없어 설명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굳이 따진다면 사면을 돌아가다 능선에 서서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부실하다 하겠다. 해서 이정표삼거리에서 보통 걸음으로 6분 거리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그나마 근접하게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갈림길을 만나 왼쪽길을 따른다면 그 길은 가나안수양관을 지나 성터가 있는 고개에 오르게 된다. 갈림길에서 8분쯤 걸린다.

성터 고개에서 오른쪽 윗길을 따른다면 파리봉까지 외길로 곧장 오를 수 있다. 암릉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18분, 정상까지 8분이 더 걸린다. 암릉은 크게 위험하지 않으나 미끄럼과 발 디딤에 유의해야 한다. 바위덤의 성채로 우뚝 솟은 모습은 절대군주의 상징처럼 당당하기 그지없다.

제1망루는 파리봉에서 능선으로 연결된다. 목조계단으로 내려서지 말고 왼쪽의 능선길을 따르면 16분쯤 걸려 만난다. 망루는 루각이 아직 복원되지 않은 채 성벽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망루에서의 등로는 망루 10~15m 직전의 지점에서 오른쪽 둔덕 아래로 이어진다. 별다른 표식이 없어 쉬 찾기 어렵지만 둔덕을 넘어서서 성벽을 만나면 그것을 포인트로 해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곧 뚜렷한 길이 나와 갈 길을 어렵지 않게 이어준다. 이 능선이 화산이 있는 산줄기다.

이후 길은 119 위치번호 '211' 푯말까지 외길의 내리막길만 따라가면 된다. 암봉이 발달해 금정산 특유의 암봉 산행과 조망산행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이 능선의 매력이다. 특히 서쪽으로 펼쳐지는 조망은 압권이다. 화명동 일대는 물론 낙동강과 그 너머 김해들녘도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에 있는 첫번째 전망바위까지 3분, 안부사거리까지 5분,이정표가 있는 592봉까지 2분,다시 왼쪽으로 너럭바위가 시원한 전망바위까지 4분이 더 걸린다.

화산이라 추정되는 봉우리는 개념도 상의 침니바위 바로 옆이다. 사실 이 봉우리는 조망이 없는 데다 침니바위 때문인지 몰라도 봉우리라는 느낌도 별로 없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화명동의 수정마을이나 북구문화빙상센터 쪽에서 보면 제법 볼록한 형태여서 봉우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침니바위는 여러 바위 틈새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바위다. 너럭바위에서 6분 소요.

화명동에서 바라볼 때 첫봉이라 보이는 신선덤은 침니바위에서 6분쯤 걸려 만나는 벼랑 직전의 왼쪽 바위 전망대다. 벼랑 부근에 우뚝 솟아 있다보니 내려다 보이는 화명동 쪽 조망이 여간 아니다.

이 바위를 내려오면 곧 벼랑이 이어지고 그 벼랑을 내려서게 하는 낡은 사다리를 2개를 만나게 된다.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워낙 낡은 것이어서 조심스레 내려서도록 한다. 이후 등로는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무덤까지 8분, 마지막으로 만나는 바위군까지 7분, 처음으로 만나는 채소밭까지 15분이 더 걸린다. 올라올 때 만났던 211번 푯말까지는 5분이 더 소요된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 산행 길잡이

독자들로부터 받는 전화 중에 이런 내용의 주문이 많다. "가끔 리본이 안 보이니 많이 달아 달라"는 내용이다. 물론 산 속에서 헤맬지도 모를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유야 어떻든 리본을 더욱 많이 달아줘야 하는 것이 산행 팀의 본분이자 의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쩍 심해지는 고의훼손 및 투기 및 폐기는 리본달기 본 뜻의 의지까지 꺾으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근교산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리본을 고의로 떼는 것은 예사이고 심지어 엉뚱한 곳에 매달아 놓아 애꿎은 후답자들까지 낭패를 보게 하고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 이러한 행위가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적인 제재수단이 없어 팔을 놓고 구경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차선책이 리본보다는 지도를 중시하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축척되면 그 어떤 가이드보다도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금정산도 마찬가지다. 기실 금정산 안내지도 만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 알겠지만 워낙 갈림길과 샛길이 많아 모두 답사해서 지도에 담아내기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상세히 담아내려고 애를 썼다.

지도와 친해지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우선 지도를 손에 쥐고 자주 들여다보면 된다. 그리곤 눈에 익숙해지면 주변을 확인해보고 길을 찾아보면 된다. 이 지도는 비록 등고선이 없는 개념도지만 매우 정치하게 만들었다. 나침반을 써도 거의 오차가 없다. 그렇게 조금씩 진행하다보면 조금씩 독도법에 익숙해질 것으로 본다. 참고로 독도법과 나침반 사용법은 인터넷을 뒤져보면 쉽게 배울 수 있다.

또 이번 지도를 통해 답사 경로 외 다른 코스로도 가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다녀온 길을 표시하거나 기록으로 남길 것을 바란다. 그리고 나면 웬만한 산길은 잘 찾아 갈 수 있고 또 그에 따른 성취감도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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