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벌판' 가슴 속 감동의 물결
부산의 진산 금정산은 매력 덩어리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감동이다. 산행 동호인 중에 금정산만 고집하는 골수 팬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를 잘 반영한다. 도심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부산 시민의 축복이다. 이번 주는 금정산의 또다른 진경을 찾아 나섰다. 속칭 장군평전이다. 주봉인 고당봉에서 북쪽으로 쳐다보면 일렬로 늘어선 송전탑 너머의 고원이다.
영 남알프스의 신불평전처럼 광활하진 않지만 초록 풀밭의 감동이 짙푸른 하늘의 새하얀 솜털구름처럼 싱그러운 곳이다. 풀이 적당하게 자란데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지금 찾으면 풋풋한 그 냄새가 가슴 속까지 초록으로 물들일 것 같다.
나선 김에 예사롭지 않은 암릉도 더했다. 장군봉(734.5m)에서 북쪽으로 불쑥불쑥 솟은 바위봉들이다. 날등으로 이어진 그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한여름의 무더위는 남의 일이 된다.
또다른 즐거움도 있다. 이는 어쩌면 고행인지도 모른다. 금정산에서 가장 가파르다는 봉우리 두 개를 오르내린다. 계명봉(602m)과 장군봉이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겠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이 금정의 어느 봉우리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답사경로는 이렇게 꾸며졌다.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역을 출발점으로 했다. 경동아파트까지 걸어간 뒤 아파트 뒤쪽 팔각정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봉수대,계명봉,사배고개 순으로 장군봉에 오른 뒤 727봉,은동굴로 해서 내려온다. 귀가는 양산시 동면 사송리 동면초교 앞에서 노선버스를 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산행시간은 걷는데만 3시간쯤 걸리고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4시간30분쯤 잡아야 할 것이다.
지하철 범어사역 5,7번 출구로 나오면 양 출구 사이에 금정산쪽으로 비스듬히 나 있는 길이 있다. 신리1길이다.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제일약국 간판이 있어 참조한다. 그 길을 따라 산쪽(범어사)으로 쭉 올라가면 왼쪽의 청룡동 버스종점을 지나 범어사로 올라가는 일방통행로가 있는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역에서 4분 소요.
산행 들머리 부근의 경동아파트는 이곳에서 일방통행로 방향(진행방향 정면)으로 연결된다. 그 길을 2~3분쯤 더 오르면 이번에는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이 경동아파트 가는 길이다. 산행 들머리인 팔각정은 왼쪽을 따라야 지름길로 오를 수 있다. 갈림길에 경동아파트 표지석이 있어 참고한다. 팔각정은 경동아파트쪽으로 올라 아파트 주차장 맞은편( 진입도로 오른쪽)에 별도로 마련된 등산로를 거쳐 일방통행로를 건너면 바로 만난다. 사거리에서 10분 소요.
산길은 팔각정 오른쪽 산자락으로 열려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능선을 따라 오름길로 줄곧 이어가면 봉화대까지 큰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다. 팔각정에서 무덤까지 급한 비탈이 조금 힘들고,무덤 부근 잠시 한숨을 돌리다가 다시 시작되는 가풀막이 땀을 솟게 한다. 무덤까지 18분,봉화대까지 25분쯤 걸린다.
봉화대에서 안부로 내려섰다 중봉을 거쳐 계명봉으로 오르는 길도 된비알이다. 등로 중간에 만나는 왼쪽의 사면길은 계명암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돌탑이 여러개 보이면 잘못 들어섰다고 생각하고 되돌아 나와야 한다. 중봉까지 7분,계명봉까지 다시 7분쯤 걸린다.
계명봉 정상은 덩치가 제법 큰 돌탑이 인상적이다. 나무로 둘러싸여 사위가 답답하지만 고당봉과 범어사가 내려다 보이는 남서쪽은 그런대로 볼 만하다.
양산 사송리와 범어사를 잇는 사배고개는 계명봉 정상에서 진행 방향 왼쪽(서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오른쪽(동쪽)은 지경고개로 내려서는 낙동정맥길이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등로는 계명봉을 오를 때와 정반대로 급전직하다.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더욱 미끄럽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길은 대체로 능선을 따라간다 생각하면 큰 문제가 없다. 고개로 거의 내려와서 갈랫길을 몇 곳 만나지만 능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느 길을 따라도 무방하다. 계명봉에서 고개까지 20분 소요.
물맛이 좋은 계명샘은 고개에서 성림목장쪽(오른쪽·북쪽)의 넓고 좋은 길을 따라 2분만 내려가면 만난다.
고개 오른쪽(남서쪽)은 범어사 청련암을 거쳐 온 임도가 20m쯤 거리에 있다.
장군봉 가는 길은 진행방향 정면(북서쪽)의 오르막으로 시작된다. 작은 쉼터에서 통상 두 갈래로 오를 수 있지만 능선쪽의 길이 많이 찾는 주 등산로다. 쉼터에서 2시 방향의 고랑을 건너 왼쪽으로 크게 꺾어 오르면 된다. 쉼터 왼쪽은 능선 사면길로,샘터로 에돌아 장군봉으로 간다.
능선길을 따르면 7분쯤 걸려 임도를 만난다. 등로는 임도를 잠시 따라가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능선길로 연결된다. 이 길 역시 비지땀을 흐르게 하는 급경사길이다. 외길이어서 길 잇기가 수월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720봉 조금 못미친 바위전망대에서 뒤돌아보는 조망의 즐거움이 짜릿하다. 특히 첨탑처럼 치솟은 계명봉은 묘한 전율감마저 들게 한다.
임도에서 전망바위까지 14분,다시 720봉까지 5분이 소요된다.
720봉에서 장군봉까지는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바로 장군평전이다. 초록의 세상을 만끽하기엔 조금의 손색도 없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운무로 촉촉한 연록의 바다가 싱그럽다. 또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물결치며 내지르는 녹색의 합창이 풋풋하다. 가르마처럼 난 길을 따라가면 아무리 땡볕이라도 모두가 음유시인이 될 듯하다. 720봉에서 능선을 따라가면 장군봉까지 12분 소요.
장군봉은 개인산악회에서 세워놓은 정상석이 홀로 서 있다.
장군봉에서 은동굴-다방봉 갈림길까지가 또다른 즐거움이다. 암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칼날이다. 대부분 진행방향 오른쪽(동쪽)에 직벽으로 솟아 있다. 곳곳이 기암과 어울려 멋진 풍광이다. 몇몇 내리막에선 주의가 요망된다. 738봉까지 10분 727봉까지 10분,은동굴-다방봉 갈림길까지 15분쯤 걸린다.
은동굴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왼쪽의 주능선길은 양산의 다방봉으로 향한다. 작은 쉼터가 있고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내림길은 뚜렷한 외길이어서 등로만 따르면 된다. 갈림길에서 멋진 소나무가 있는 곳까지 12~13분,소나무에서 왼쪽으로 크게 꺾어 계곡 사면길로 돌아가면 은동굴을 만난다. 소나무에서 3분 거리.
은동굴에서의 하산 역시 외길로 연결된다. 10분이면 임도가 올라와 있는 금륜사에 닿을 수 있다.
금륜사에서의 길은 임도를 따라도 되지만 공터 앞 계곡으로 내려서면 한결 빠르게 하산할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송정사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이후 길은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외송 마을회관(경로당)으로 쉽게 연결된다. 길 곳곳에 '은동굴 가는 길' 이정표가 있어 역으로 활용하면 된다. 금륜사에서 마을회관까지 20분,다시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동면초교까지 7분쯤 걸린다. 마을회관 앞에 차고 깨끗한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제법 널찍한 빨래터가 있어 땀을 훔쳐내기 좋다. 산행문의 위크앤조이 레저팀 051-461-4161,010-3377-0752. 이번 주 산행은 이문권씨(010-7644-9812)가 도왔습니다.
글·사진=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산행수첩****
굳이 승용차를 가져가겠다면 범어사로 올라가는 일방통행로를 이용하면 된다. 서면에서 청룡동쪽으로 온다면 범어사역에서 1차로로 붙은 뒤 좌회전 신호를 받으면 된다. 이후 첫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범어사로 가는 일방통행길이다. 귀가 교통편은 양산시 동면 사송리 외송마을 앞 동면초교에서 탄다. 교문 앞이 버스 정류소다. 차는 낮 시간에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범어사역까지 15분쯤 걸린다. 요금은 900원. 명륜동 롯데백화점 앞이 종점이다. 은동골로 내려서는 것이 다소 아쉽다면 다繹응막?계속 이어가도 괜찮다. 시간은 은동굴 코스보다 1시간쯤 더 걸리지만 능선을 오르내리는 맛이 쏠쏠하다. 길은 외길이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날머리는 다방동 대정아파트다. 귀가 차편은 시내방면으로 10분쯤 내려오면 수시로 있다. 진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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