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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 ) 목마와 숙녀 ( 노래 = 이수만 )

털보아찌 2009. 2. 15. 01:09



한국영화음악/목마와 숙녀


1976년 봄부터 겨울까지...

언젠가 “인생의 영화 단 한편”을 꼽으라고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망설이지 않고 <목마와 숙녀>라고 말했다.  걸작도 수작도 아닌, 그야말로 전형적인 70년대 통속 멜로 청춘물이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였고, <정윤희>의 청순한 모습과 <이수만>이 부른 주제가가 지금도 눈에 삼삼, 귀에 쟁쟁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76년 봄날, 친구들과 자건거를 타러 갔던 광안리 바닷가(지금은 빌딩들이 즐비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시골풍경이 좀 남아있었다)에서 자전거 탈 차례를 기다리다, 우연히 줏어든 조선일보 영화광고에서 본 <목마와 숙녀>. 4월 10일날 을지로 국도극장에서 개봉하는걸로 되어 있었지만, 부산에서의 개봉은 아직 미정이었다.

신문 광고속에는 <정윤희>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사춘기 소년의 가슴에 너무도 와닿는 시가 한편 적혀 있었는데(어른이 되고 읽어보니 참 유치찬란한 시였다), 나는 <그 아름다운 정윤희>와 <그 아름다운 시>에 매료되어 이 영화가 부산에서 개봉되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그 봄날이 가고, 여름이 되어도 부산에서는 개봉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흥행에 실패를 했기 때문에, 지방 개봉을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던 나는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영화 <목마의 숙녀>가 삼영필름 제작이었고, 그 영화사 제작의 영화들은 거의 100% 남포동 제일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친구들을 동원하여 제일극장으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목마와 숙녀 왜 개봉 안합니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예” “그 영화 빨리 좀 개봉해 주이소” 그 전화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되었고, 물론 나는 목소리를 바꿔가며 전화를 했다(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유일한 방법이었음).

마침내 가을이가고 겨울이 시작되던 11월 27일 서울보다 7개월이나 늦게 부산 제일극장에 영화 <목마와 숙녀>의 간판이 올라왔으며, 개봉 첫날 토요일 오후, 나는  친구들 30여명(예고편에서 정윤희가 야하던데? 라는 한마디로 그 인원을 모을 수 가 있었다)을 이끌고 제일극장으로 갔는데 아뿔사! <고교생 이상 관람가>라며 중학생은 그냥 집으로 가란다.

우리는 곧 고교생이 될꺼라며 입장을 끈질기게 요구했고, 파리를 날리는 텅빈 극장을 쳐다보던 지배인아저씨는 우리의 인원수에 군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 자석들아 2층 맨끝에 올라가서 봐라”라며 결국 입장을 시켜 주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서 뒷통수로 들은 아저씨가 내뱉은 말 “전화는 *나게 오더니 사람은 와이래 없노? 담주에 소돔과 고모라 앙코르 때리자!” 정확하게 12월 4일부터 제일극장에서는 <소돔과 고모라>가 앵콜 상영되었다.  
 
평생을 단 하루만에 살아버린 소녀

영화 <목마와 숙녀>는 <박인희>가 낭송한 시와 전혀 상관이 없었고, <박인환>과도 전혀 관련이 없고, 당시 신인가수였던 <이수만>의 노래만 줄기차게 흐르는 <오탁번>교수의 소설 <새와 십자가>를 영화화 한 “평생을 단 하루만에 살아버린 한 소녀”의 슬픈 사랑이야기였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녀와 야구선수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스크린에 그렸으며, 풋풋하고 아름다운 <정윤희>와 꽃미남의 원조<하명중>이 남,녀 주인공으로 나왔다. 문병 온 <하명중>에게 맛(?)이 가서, 육탄 공세로 들이대는 간호사 <박원숙>도 밉지 않는 캐릭터였고, 야구코치로 나온 새파랗게 젊은 <신구>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에게 있어 젊다는 것이 미남,미녀(젊음=미남,미녀)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이원세>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팽정문>의 촬영도 좋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수만>의 노래들이다. 주인공들이 겨울바다로 여행을 떠났을 때 흘러나오는 <다시 부르는 노래>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한송이 꿈>등 몇곡의 노래가 나온다. 사춘기시절 그렇게 힘들게 본 영화 <목마와 숙녀>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개인적으로 “인생의 영화”로 남아있는 나만의 컬트영화다. 아래 신문광고에 나온 사춘기 소년을 매료시킨 시를 올립니다.

평생을 단 하루에 살 수 는 없을까?
평생을 단 하루만에 살아버린 내가 잠시 알던 소녀
생명의 마지막 불꽃은 몸부림치고
봄은 온누리를 포옹하는데
기어이 날아가버린 나의 파랑새  
 
http://windbird.pe.kr/ko_dasibooreuneunnorae.htm
-> 클릭하시면 주제가 <다시 부르는 노래>를 여러 가수 버전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